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10) 제주 강정 주변해역 보전 방안 마련해야 한다

녹색연합 배제선 자연생태팀장
입력일 2019-10-15 수정일 2019-10-17 발행일 2019-10-20 제 316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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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항로 신설되면 이 아름다운 생명체는…
강정 해역, 해양생태계 보고
30도 항로 신규 지정 움직임
산호충류 서식지 파괴 우려

“생명의 원천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경제집단들의 이익이 제멋대로 천연자원을 다루도록 해서는 안된다.”(「찬미받으소서」 54항)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존재를 지니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신 다양한 피조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와 선의 빛을 반영합니다.”(「찬미받으소서」 69항)

2018년 11월 제주 해군기지 신규 30도 항로 예상지점 수심 10m 암반지대에서 촬영한 밤수지맨드라미(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제주 해군기지 항로가 추가 신설될 경우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녹색연합 제공

제주 강정 주변해역은 4개 법률과 유네스코에 의해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하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다. 2007년 제주 해군기지 입지가 확정된 이후 이곳 바다 생물들의 서식지는 변하기 시작했다. 제주 연산호TFT(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전국대책회의, 범도민대책위)는 2007년부터 기지 예정지 주변의 산호충류 변화상을 기록해 왔다. 특히 2012년 봄, 구럼비 발파와 해상공사가 시작된 때부터 산호충류 훼손은 심각했다. 공사 전후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주 해군기지 동방파제 우측 400~500m 지점 서건도 해역과 동방파제 좌측 100m 지점 강정등대 해역은 산호충류가 전멸했다고 할 정도로 종 다양성과 피도(被度)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해군은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의 항로(항로법선 교각30°) 추가 지정・고시를 추진 중이다. 이미 해군기지가 완공됐는데 또 다시 항로를 30도로 추가 신설하겠다며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기존 77도 항로로는 안전성 문제로 15만 톤급 대형 국제크루즈선과 항공모함(CVN급)의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애초 제주 해군기지는 대형 수송함은 물론 15만 톤급 크루즈선과 항공모함을 운항하기에는 불가능한 입지였다. 안전한 항로도 확보하지 못한 채 입지를 선정하고, 사업을 강행한 것부터 잘못된 사업이었다.

30도 항로를 신규 지정하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 천연보호구역, 해양보호구역, 도립해양공원 등의 훼손은 물론 제주 남부해역의 손꼽히는 산호충류 서식지이자 보호지역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현재의 77도 항로도 안전하지 않다. 폭 250m의 77도 항로를 조금만 이탈하면, 수심 10m 안팎의 ‘암초’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해군이 말하는 이 ‘암초’는 제주 남부해안의 가장 핵심적인 산호충류 서식지다. 제주 연산호TFT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30도 항로의 암반지대를 조사한 결과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다. 수중 준설 시 반드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얻어야 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국내외 법적보호종 9종 이상을 확인했다. 연산호류, 해양류, 돌산호류, 각산호류, 말미잘류 등 다양한 산호충류와 다수의 미확인종들이다. 이 중 밤수지맨드라미, 연수지맨드라미 등 6종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며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다. 빛단풍돌산호와 거품돌산호는 CITES(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국가간 거래에 관한 협약) 지정 멸종위기종인 부속서 2에도 포함된다. 정밀조사를 한다면 국내 미기록종과 법정 보호종 다수가 추가로 확인될 것이다.

신규 30도 항로는 15만 톤급 크루즈선뿐만 아니라 항공모함도 이용하는 항로다. 대형 선박일수록 추진기에서 발생한 와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도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와 난개발로 인한 오염 문제가 산재해 있다. 특히 해양의 경우 연안 난개발로 인한 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물 서식지 위협·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관광객의 수용한계선을 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정부는 보호구역과 보호종에 대해 더욱 엄격한 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녹색연합 배제선 자연생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