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화 빛에 이끌리고, 작은 아기 예수상에 미소 짓다 600년 걸쳐 완공한 비투스대성당 웅장한 외관과 유리화로 알려져 고해성사 비밀 지킨 순교자 무덤도 전례맞춰 옷 갈아입는 아기 예수상 교황 “예수님의 순수함 드러내” 각 나라서 봉헌해온 의상 전시도
체코 프라하는 많은 별명을 가진 도시다. ‘황금의 도시’, ‘백탑의 도시’, ‘유럽의 진주’, ‘북쪽의 로마’…. 모든 별명들이 프라하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것들이다.
보헤미아 왕국(1198~1918년)의 수도로서 오래 전부터 금융, 무역, 학문의 중심지였던 프라하는 지금도 여전히 예술과 낭만의 도시로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프라하는 과거의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교회 문화유산들로도 가득하다. 이번 동유럽 순례에서는 체코 프라하의 ‘성 비투스대성당’과 ‘승리의 성모와 프라하의 아기 예수성당’(이하 아기 예수성당)을 찾아가 보았다. ■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대성당 프라하 성은 규모로 보나 지위로 보나 프라하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대로 체코 통치자들의 궁전이었던 프라하 성은 지금도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한 채의 궁전과 세 채의 성당, 수도원 등으로 이뤄진 프라하 성에는 성 비투스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1344년 착공해 1929년에야 완성된 성 비투스대성당은 웅장하고 거대한 외관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체코의 국민 화가인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1860~1939)의 유리화 작품이다. 실용미술과 순수미술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벌인 대표적인 아르 누보 화가인 무하는 어머니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덕분에 어릴 때부터 교회가 생활의 중심이었고, 수도원에서 기숙하며 소년 성가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무하의 작품은 체코에 가톨릭을 전파한 성 치릴로와 성 메토디오의 일생을 담고 있다. 치릴로 성인과 메토디오 성인은 형제로,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태어나 터키 콘스탄티노플에서 교육을 받았다. 둘은 지금의 체코 동부인 모라비아에 파견돼 복음을 전하며 헌신적으로 일했다. 또한 두 성인은 전례서들을 자신들이 창안한 알파벳의 슬라브 말로 번역했다. 러시아어 표기에 쓰이는 키릴 문자는 치릴로 성인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이라고. 보통 스테인드글라스는 여러 유리조각을 붙여 하나의 그림을 구성해 내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성 비투스대성당에는 ‘고해자들의 수호성인’인 네포묵의 성 요한의 무덤도 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왕비의 고해 신부였는데, 국왕이 왕비의 고해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요구했을 때 이를 단호히 거부해 미움을 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국왕과 대주교 간의 논쟁에도 휘말리게 됐다고 한다. 결국 성인은 고문 끝에 결박된 상태로 1393년 프라하의 카렐교에서 블타바(Vltava) 강에 던져져 순교했다. 고해성사의 비밀을 끝까지 지킨 순교자로 성인의 모습을 담은 성화와 성상들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어 침묵을 표현한 모습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다. 또한 성인은 다리 위에서 강물에 던져져 순교했다는 이유로 다리의 수호성인으로도 불린다. 오늘날 카렐교에는 성인의 동상과 동판이 있다.체코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