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안두호(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9-11-05 수정일 2019-11-06 발행일 2019-11-10 제 316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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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려 반겨주시는 예수 말씀 담아

■ 난 너와 함께 있단다

“그래 너 많이 힘들었구나 오늘 하루도 외로웠구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안두호(레오)씨를 검색하면 ‘뮤지컬 배우’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출연작들을 볼 수 있다. TV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러블리 호러블리’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안두호씨. 그러나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 공항동본당 41세 이하 청년밴드인 ‘주디스’ 밴드 부단장이고, 가톨릭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안두호 레오입니다.”

안씨는 2017년 cpbc 창작생활성가제에 본당 청년들과 함께 ‘주디스 밴드’로 출전했고 우정상을 받았다. 10년 넘게 냉담을 하면서 하느님을 원망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이었다.

“스무 살이 되던 무렵이었습니다. 모든 불행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동생은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쳤고 어머니는 암 투병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실직하셨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일이 생기니 하느님을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이 저에게 이러시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냉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하느님을 원망하며 떠났지만 마음 한편에는 영적 갈망이 있었다. 삶이 늘 힘들고 불안했고 어느 곳에서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다.

“공연 때문에 지방으로 갔을 때였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된 선배가 ‘너 신자라며? 그럼 성당가야지!’하고 저를 성당에 데리고 갔어요. 가기 싫었어요. 하지만 선배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갔죠. 그런데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십자가에 계신 예수님을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주님을 멀리 떠났는데 주님은 언제나 두 팔 벌리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냉담 한지 10년 만의 일입니다.”

다시 성당을 찾았고 성가대의 모습을 보고 찬양을 하기로 결심했다. 공항동본당 청년밴드에서 활동하면서 신앙의 기쁨을 되찾았다. 2017년 힘든 시기는 다시 찾아왔지만 하느님을 등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께 더 매달리고 기도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아요. 늘 불안하고 두렵죠. 거기에 집안일로 마음이 더 힘들어진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나 이전과는 달랐어요. 기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매일 밤 눈물로 기도를 바쳤어요. 그러던 중 하느님께서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외로웠구나. 괜찮아. 항상 너와 함께 있을 테니까’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말씀을 묵상하며 글을 썼죠. 그 글이 ‘난 너와 함께 있단다’의 가사가 됐습니다.”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일상이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너무 행복하다. 감사할 수 있는 은총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정말 큰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불안한 삶이지만 하느님께서 저와 늘 함께 하십니다. 그러니 어찌 힘들어하겠습니까.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