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여성의 천성’ 주제로 학술발표회… "모성 중심으로만 이해해선 안 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11-12 수정일 2019-11-12 발행일 2019-11-17 제 317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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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모상성, 남녀 모두 부여받은 능력”

광주가톨릭대 신학연구소·광주인권평화재단 공동주최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는 11월 7일 ‘여성의 천성’을 주제로 광주가대 종합강의실에서 제22회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됐다. 그러면 하느님의 모상성은 남녀 다른 성별 안에서 어떻게 반영돼 있는가? ‘모성’은 오직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천성’인가?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청하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학술적인 탐구를 시도하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김상용 신부)는 광주인권평화재단과 함께 11월 7일 오전 10시 전남 나주 광주가톨릭대학교 종합강의실에서 ‘여성의 천성’을 주제로 제22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발표회는 장경 전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의 기조강연 ‘페미니즘과 인간 존엄성’을 시작으로 3개의 주제 발표로 진행됐다. 강은희 교수(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는 ‘성경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하느님의 모상성’, 이은영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는 ‘에디트 슈타인의 감정이입의 여성론: 타자로서의 동반자’, 그리고 최진일 교수(가톨릭대학교)는 ‘교회의 가르침에서 바라본 여성의 천성과 그 소명의 위대함에 대하여’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장경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페미니즘’과 ‘인간 존엄성’이라는 두 주제를 연결시키는 핵심 열쇠는 창조의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하느님의 모상’에서 찾을 수 있다”며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존엄과 고유 능력을 지니고 있고, 처음부터 하느님 모상은 ‘남녀로 창조된 인간 공동체’”라고 지적했다.

강은희 교수는 ‘하느님의 모상성’을 삶으로 드러낸 성경 속의 여성들, 즉 타마르와 롯, 유딧을 예시로 제시하고 이들의 삶과 체험이 어떻게 하느님의 모상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강 교수는 특히 “이들 세 여성은 성경 안에서 가부장 사회의 주류 남성들로부터 직접 칭송을 받는 여성들로서 여성의 천성을 모성 중심으로만 이해할 경우, 모성과 관련된 그 외의 영역에서 하느님 업적을 이어가는 여성들로부터는 하느님을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따라서 “여성의 천성을 모성에만 근거해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여성의 모성을 전인적 인간에서 분리된 개념으로 다루는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영 교수는 “제1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슈타인은 여성으로서의 본질적 특성을 강조하고, 그것에 따라 여성 역할에서 남성보다 더 큰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슈타인의 여성론은 1, 2세대 페미니즘의 한계를 극복해 여성이라는 독립적인 차원을 넘어서 ‘감정이입’과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인격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진일 교수는 “‘여성성’은 단순히 여성의 속성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상대 때문에 살 수 있는 인간의 근본 능력을 말한다”며 “사회 안에서 여성의 발전은 여성 덕분에 재발견되는 그러한 가치들을 통해 실현되는 인간화로 이해하고 이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