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교육과 교회 대응 세미나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11-19 수정일 2019-11-19 발행일 2019-11-24 제 317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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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 관련 교회 가르침 사회에 확산시켜야
현행 초중고 성과 생명교육 모호한 기준으로 성을 나눠
몸을 도구로 인식할 가능성도
“영혼과 육신 단일체” 교육 필요

무분별한 성적 도구화와 성·가정폭력 등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마저 인간(의 성)에 대한 통합적 관점 형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가 인간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담은 교회 가르침을 사회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의견은 성·생명교육의 문제점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11월 16일 경기 용인 성복동성당에서 열린 세미나 중 나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초중고 교과서의 성·생명교육이 인간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는 ‘한국 초중고 교과서의 성과 생명에 관한 교육 실태와 교회의 대응’을 주제로 마련됐다.

이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최진일(마리아) 교수는 “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인간의 성을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 그리고 성의 욕망(sexuality)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구분은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역할·소수자 문제 등 학생들의 성 관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구분이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간의 육체를 도구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박은호 신부도 “인간이 지닌 다른 모든 특성은 무시하고 그 가운데에 한 가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모습을 모호하게 만들려는 시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몸과 성 정체성을 구분하려는 관점 안에는 몸을 물질적으로 바라보거나 몸과 영혼을 분리해 보는 사고가 들어 있고, 이는 단일체로 봐야 하는 인간을 구분 짓게 한다는 지적이다. 박 신부는 “인간은 영혼과 육신의 단일체로 어떤 측면도 소홀히 되거나 과장될 수 없다”면서 교회는 인간(의 성)에 대한 전인적 관점을 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가톨릭대학교 인성교육원 유혜숙(안나) 교수는 인간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 담긴 교회 가르침을 확산할 수 있도록 “성·생명교육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구체화·현대화·대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가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가르침을 현재의 변화된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그 가르침을 구체화·현대화해야 하고, 접근·전달 방식에서도 현대화와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별히 유 교수는 “학습주기에 따른 삶의 단계별 성교육, 사랑과 상호 증여에 관한 교육, 절제와 정결의 덕 훈련 등이 필요하다”면서 교회의 가르침을 초중고 교육 과정에 담아내기 위해 신학자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회의 관련 신학자 양성 등도 필수라고 제언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성의 참된 가치와 의미가 큰 도전을 받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앞에 참 부모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녀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고 육체·정서적으로 건강히 자라고 있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성 소수자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접하는 현실이지만, 교회 가르침을 포기할 순 없다”면서 “가정과 본당·교구 차원에서 교육을 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