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 양기석 신부

양기석 신부rn(제1대리구 지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9-11-19 수정일 2019-11-19 발행일 2019-11-24 제 317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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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우리가 주교로서 실천하고 있는 ‘일치와 사랑과 평화의 유대’(교회헌장 22항)로 저는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저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저의 진심 어린 교황 강복과 함께 보내드립니다. 주님 안에서 하나되어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6월 1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기후 위기를 비롯한 지구생태계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참여를 촉구하는 사회교리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십니다. 생태계와 관련한 최초의 사회교리회칙이 발표된 것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공동의 집인 지구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발표되었습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 이후 국제사회는 줄곧 산업화 대비 기온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최대 피해국들 모임인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과 환경단체들은 기온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자는 안은 현재의 위기를 제어하지 못하니,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 폭(2100년 기준)을 2℃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strive)을 추구한다”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195개국의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회원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상향식 체제로, 목표의 설정과 이행에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각 나라는 스스로 정한 국가별 기여방안(INDCs)를 제출하고, 5년마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도로 현재의 기후 위기 문제가 해결될까요? 파리협정의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의 감축 목표를 달성해도 ‘2℃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라는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오히려 2030년까지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해서 증가하여, 2℃ 이상 상승할 것이 예측됩니다. 파리협정이 ‘실효성 없는 말잔치’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1월 4일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위기는 사기’라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하였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의 산림 면적은 49.6%, 아마존 열대우림은 24.3% 감소하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년에 17.9%씩 증가하여 기후 위기를 더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양기석 신부rn(제1대리구 지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