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교구 설립 이후, 교구는 말씀의 중요성을 새롭게 발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구현에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1992년 사목국 내에 성서부를 신설하고 전담 수도자를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신도 교육봉사자 양성을 통한 성경교육이 전개됐다. 교구 성경교육봉사자회(이하 봉사자회)의 첫 발걸음이었다. 1993년 첫 봉사자가 파견된 이래 현재 봉사자회는 교구 내 164개 본당 291개 성경공부반에서 말씀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전하고 있다. 성서 주간을 맞아 교구의 성경교육을 견인하고 있는 성경교육봉사자회의 자취와 활동을 살펴본다.

■ 성경 교육에 봉사하는 평신도

1990년 12월, 당시 사목국장으로 발령받은 최덕기 신부는 교구 설정 25주년 기념 정신운동의 하나로 1988년 1월부터 교구 차원에서 전개한 ‘성경 읽기’에 눈길을 모았다. 성경 읽기는 가정성화와 복음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종교교육, 생명운동, 신앙생활의 원천이라는 공감대에서였다.

이런 배경에서 성경교육은 더욱 많은 교구민들을 성경 읽기에 참여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착안됐다. 성경교육을 통해 ‘말씀’에 맛들이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성경 읽기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교구 내 모든 본당 교우들이 동일한 교재와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이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경 공부를 하는 방법이 고안됐다. 교구 차원에서의 동질성이 유지될 때 세월이 흐를수록 성경 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공동체의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었다.

주목할 것은 평신도 교육봉사자 양성이 그 주된 교육 방안으로 대두됐다는 점이다. 평신도 봉사자들을 교구 관할 아래 성경공부 지도자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양성해 본당으로 파견한다면, 어느 본당에서도 같은 교재와 프로그램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한국교회 상황에서 평신도를 파견해 성경을 강의하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평신도가 평신도를 대상으로 본당 순회 교육을 시작한 것은 우리 교구가 처음이었다.

생활성서사에서 펴낸 「여정」을 교재로 하면서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수도자가 전담 수도자로 사목국에 파견되면서 성경교육은 구도를 잡았다. 평신도 성경교육봉사자 양성이라는 목표를 향한 첫 성경교육은 1992년 3월 첫 주간부터 7개 본당에서 실시됐고 이듬해 1993년 3월, 6명 평신도 성경교육봉사자의 첫 파견미사가 봉헌됐다. 이들 봉사자의 다짐은 ‘전하는 말씀대로 살아나가겠다’는 것이었다

■ 말씀을 나른다

지난해 대리구제 개편 후 교구 성경교육봉사자회는 제1대리구와 제2대리구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양성과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제1대리구 성경교육봉사자회(회장 최미원, 영성지도 김진우 신부)에는 97명 회원이 있으며 파견 회원 수는 75명이다. 제2대리구 성경봉자사회(회장 모미영, 영성지도 조한영 신부) 경우 108명 회원에 파견 회원 수는 84명이다.

이들 봉사자회가 파견돼 교육하는 성경 교육 수강자는 2019년 2학기 제1대리구 4500명, 제2대리구 5004명으로 총 9504명이다.

성경교육봉사자 준비 교육 기간은 3년이다. 이 시간에 전담 지도수녀의 지도로 신구약 전체를 심도 있게 공부하는데, 평신도로서 성경을 강의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철저하게 다지는 단계이기도하다. 교육 1반부터 교육 6반까지 매 학기를 거치며 단계별로 올라간다.

이때 성경 읽기는 기본이고 특정 교재와 부교재를 통해 신구약 전체에 대한 맥과 흐름을 파악하며 성경의 시대적 상황과 편집 의도를 깨우친다. 또 신학자들의 비평적 해석도 함께 배운다.

수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시간 주어진 과제에 대한 발표, 또 이에 대한 심화 작업과 그룹 자율학습, 교안 작성법 교육 등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성경공부 뿐만이 아니라 성경 봉사자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함께 전인교육도 이뤄진다.

제2대리구 성경교육봉사자회 박연례 지도수녀는 “무엇보다 교구 성경교육봉사자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을 북돋우는 데 중점을 둔다”며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예언자적 부르심에 충실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3년 과정을 마친 뒤 파견이 이뤄진 후에도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은 지속된다. 방학동안 재교육과 차기 파견을 위한 집중교육이 실시되며 피정과 성지순례, 월례회의 등을 통한 특강, 영성 강의, 과목 나눔으로 말씀 나르기에 필요한 소양을 쌓는다.

제1대리구 성경교육봉자회 최미원(체칠리아·제1대리구 망포동본당) 회장은 “성경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씀을 전하는 봉사자로서의 ‘겸손’이 교육과 양성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으면서 늘 낮추려 노력하는 것이 봉사자회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아울러 “앞으로 기도를 중심으로 지금처럼 겸손하게 말씀 전파에 더욱 매진하는 봉사자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