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마덜, 영미」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11-19 수정일 2019-11-20 발행일 2019-11-24 제 317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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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상처 대신 ‘사랑’ 채워가는 ‘가족’ 이야기
영미 지음/200쪽/1만3000원/프란치스코출판사
탈북아이 4명 엄마 돼준 김영미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 대신 함께 사는 이웃 되어 주길 강조
“사랑하는 미래야!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을 되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 아닌 것이 없구나. 나에게 이런 일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오늘이다. 사랑한다.”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은 따뜻한 사랑이 넘친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김영미씨가 가슴으로 낳은 딸 미래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과 같았다. ‘마덜, 영미’로 불리는 선교사 김영미(베로니카)씨는 미래를 포함해 총 네 명의 딸이 있다. 초이, 미소, 치유, 모두 모진 여정을 견디고 이 땅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다.

김씨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대 초반의 미래였다. 하나원을 퇴소한 지 한 달됐다는 미래는 단출한 세간살이가 전부였고, 뱃속에는 8개월 된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고된 여정을 견뎌낸 임산부에게 무엇이든 먹이고 싶었던 김씨는 매일 미래를 만나 같이 밥을 먹었고, 몇 달 뒤 태어난 아이에게 ‘동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족이 됐다.

「마덜, 영미」는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길을 걷는 가족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총명하고 영리한 미래, 씩씩하고 활발한 미소, 머리가 좋고 긍정적인 초이, 야무지고 뭐든 잘하는 치유까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딸을 키우며 느끼는 엄마의 희로애락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평범한 고등학생 혹은 20대 초반 여성의 성장기인 것 같지만, 그들을 향한 날선 가시들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을 드러낸다. 웃으며 인사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직장상사는 “야, 너를 보면 재수가 없어”라고 아픈 말을 내뱉는다. 식당일을 하다 몸살로 앓아 눕자 식당 주인은 “젊은것들이 목숨 걸고 왔으면 참아내야지, 게을러 빠졌어”라며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다.

저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 같이 생활하다 보면 남북한 사람들의 사고와 문화적 차이가 상상을 초월함을 알 수 있다”며 “만약 이들을 만나게 되면 조금은 더 여유 있는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먼저 알고 이해하는 것이 빠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어 “70여 년 시간 동안 단절된 괴리와 상처를 좀 더 쉽게 아물게 하는 방법은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하느님은 가장 약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품으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자비이며, ‘마덜, 영미’가 미래, 초이, 미소, 치유와 함께한 시간들이 바로 자비를 실천한 시간이었다. 책은 우리에게 함께 사는 이웃인 북한이탈주민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