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교회 안에도 남녀 성차별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황미구 원장
입력일 2019-12-10 수정일 2020-05-11 발행일 2019-12-15 제 317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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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차이는 필요하지만, 차별은 절대 없어야

【질문】 교회 안에도 남녀 성차별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해서 남녀 성 차별이 많이 개선되기는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남녀 간의 차별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본당 사목회도 남성 사목위원들이 훨씬 많고 사실 여성들은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나요?

【답변】 역할 차이는 필요하지만, 차별은 절대 없어야

잘못 생각하긴요.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일 것도 같습니다. 그간 형제님들이 사목회장님을 하는 것을 내내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성가대 단장님이나 제대 꽃꽂이 봉사자 분들은 주로 자매님들이 하시는 것을 많이 본 것도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누가 무슨 일을 하시고 계시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지나쳤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례 담당, 성가대 반주자, 제대 꽃꽂이 담당, 복사, 차량봉사, 각 단체장님, 구역장님 등등 정말로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고 계시구나 싶어 새삼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성당 구석구석 보이는 곳에서 또는 안 보이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봉사하는 분들을 생각해 보면 그저 남녀 차이만 있겠습니까? 청년들이 주로 복사를 하거나 청년 미사를 담당한다면, 교중미사에서는 주로 어른들이 맡아서 하는 것을 봅니다. 나이에 따라서도 역할이 조금씩 다르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한 개인이 예수님이 하신 모든 일들을 어찌 다 따라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개인마다 성격과 특성이 다르고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차이가 있다 보니 관심사도 다르고, 하고자 하는 바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미약한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보완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루카복음 10장 38~42절에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에 대한 간단한 일화가 나옵니다. 언니 마르타는 예수님과 그의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음식 준비로 분주하게 일을 하는 반면,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밑에 앉아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던 마르타는 일을 돕지 않고 예수님 말씀만 듣고 있던 동생 마리아에게 화가 났고, 예수님께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하는데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마르타 입장에서 보자면, 마리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라고 말씀해 주시길 예수님께 간청했던 이유도 충분히 공감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마리아를 오히려 두둔합니다. 이쯤 되면 예수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예수님은 봉사도 중요하지만, 예수님 말씀을 잘 경청하고 기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시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수님께서 마르타와 마리아의 일화에서 노동의 가치와 기도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따지기보다 예수님 말씀을 먼저 듣겠다고 한 ‘마리아의 선택도 옳다’라고 하신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차별’과 ‘차이’는 분명히 다른 뜻입니다. 즉, 차이(difference)는 서로 다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람마다 서로 다른 특성이 있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면, 차별(discrimination)은 차이에 일정한 가치를 부여해 불평등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일에 대해서 ‘남녀의 차이’라면 개인적인 노력으로 그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만약 차별이라고 한다면 개인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배제시키기 때문에 당연히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체 전체가 함께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봉사의 참된 의미는 특별한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며,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어떤 봉사를 하느냐?’보다, ‘어떤 의미로 봉사를 하느냐? 봉사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는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대림 시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 catimes.kr

※그동안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를 기고해 주신 황미구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황미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