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⑭ 중국 문화 바탕에 깔린 종교성 (상)

최경식(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
입력일 2020-01-07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1-12 제 317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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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에 관심 많은 중국인… 부활 교리에서 대화 접점 찾아야
정권의 종교 통제에도 민중의 전통 신앙은 확고
유교·불교·도교의 ‘생명 영원성’이 뿌리 깊이 박혀
복음의 영생관으로 문화와 대화 물꼬 틀 수 있어

아시아복음화를 이야기하면서 중국을 논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시아복음화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교황청은 지난 2018년 주교 임명에 관해 중국과 ‘잠정협약’을 맺을 정도로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향후 6회에 걸쳐 중국과의 대화를 위해 중국문화와 중국의 종교성을 알아보는 자리를 갖는다. 먼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연구위원이자 홍보실장인 최경식(스테파노) 박사에게서 중국 국민들의 종교성에 대해 알아본다.

중국 민족은 5000년 동안 ‘신’을 믿었고,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순종하면서, ‘신’과 함께 생활해왔다. 100년 전 오사운동부터 공산주의 사조가 중국에 들어오고, 70년 전 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하면서, 중국 민중은 지배층에 의해 ‘신’을 죄악시하고 부정하는 풍조를 강요당하게 되었다.

공산당정권은 비록 헌법에 ‘신앙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종교의 전파를 통제하고 종교의 국가화를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5000년을 이어온 민중의 뿌리 깊은 신앙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중국에 전해지기 전 중국문화의 토양, 그 가운데서 ‘신’과 관련된 토양은 어떠했는지 알아야 이를 토대로 희망을 품고 어떤 방향으로 중국문화와 대화하고, 어떤 방법으로 선교를 해야 할지 대강(大綱)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2월 3일 광저우의 시민들이 음력설인 중국의 춘절을 기념하고 있다. CNS

■ 중국인의 영생관(永生觀)

소동파(蘇東坡)는 한유(韓愈, 唐 시인)의 묘당을 증축하면서 지은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서 ‘영생’(永生)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필부라도 백 대에 걸쳐 모범이 될 수 있고, 한마디 말로라도 천하의 법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그 품격이 천지 만물 양육과 견줄 만하며, 천지의 성쇠와도 관계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탄생은 내력이 있고, 그들의 죽음 역시 가치가 있다. 그것들은 반드시 기대지 않았는데도 이루어졌고, 얽매이지 않고 행동했으며, 출생을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존재했고, 죽음을 따르지 않았는데도 사라졌다.”

그의 ‘영생관’은 유가 교육의 결과가 안에서 바깥으로 우러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정통 유학자 외에 일반 중국인의 영생관념은 유교와 도교, 불교의 영향을 받아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유가와 도교, 불교가 영생에 미친 주요 영향은 다음과 같다.

유가는 효(孝)의 관점에서 영생문제를 풀이하고 있다. 「좌전 소공칠년」(昭公七年)에 의하면 “사람의 생명은 사람의 의지와 정서, 지력(智力)을 주관하는 혼(魂)과 신체의 생명력을 구성하는 백(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혼과 백을 잘 관리하면 지력과 신체 모두가 건강하며, 사람이 죽게 되면 혼과 백은 분산하는데, 백은 자연으로 돌아가 만물 가운데 사라진다. 만약 사람이 살아생전에 혼을 잘 관리하면, 죽어서도 혼은 흩어지지 않는다. 혼은 백의 받침 없이는 물리 세계에 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기에 영(靈), 즉 신명(神明)으로 변한다.”

가정은 중국인 조상의 영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들 가족 역사에 유명인물이 많을수록 조상은 더욱 신명해진다. 따라서 조상숭배의 관점이 중국의 종족 관념과 종족 유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불교는 모든 사람이 생명의 영원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주목해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담론하고 있다. 이른바 ‘영혼의 윤회설’, 즉 ‘육도윤회’(六道輪回 : 천(天)·인(人)·아수라(阿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이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영혼이 있으며, 만약 불생불멸의 열반에 들지 못하면, 영원히 육도에서 생과 사를 지속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현세에서 쌓은 덕행에 따라 내세의 등급이 달라지며, 그 다음 내세에도 덕행을 쌓게 되면 종국에는 ‘극락서방세계’(極樂西方世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의 이런 견해는 일반 서민에게 큰 흡인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인의 영생관념은 또 도교의 ‘장생불사’ 관념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중국의 도교(노장의 도가(道家)와 구별된다)는 갈홍(葛洪)이 제창한 신선학을 지칭하는 것으로, 신선 역시 영생을 누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갈홍의 신선론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날 때부터 음양(陰陽)의 이기(二氣)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 기(氣)를 잘 보양하고, 운기를 조화롭게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운용해서 기를 상실하지 않도록 하면 갈수록 수명이 더해지고 마침내는 불사(不死)의 경지에 이른다.”

즉 사물을 대하는 것, 먹고 머무르는 것, 수신양성 등등에서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잘 관리하면 영원히 보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생관은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일체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일인득도, 계견승천’(一人得道, 鷄犬昇天)의 개념이다.

중국인의 영생관은 이들 세 종류의 관점을 종합한 것으로 귀결된다.

유가의 견해는 개인의 노력으로 입덕입공입언(立德立功立言)하면, 조종(祖宗)의 신명을 널리 알리고 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현실을 중시한 정신의 영원한 존재’다. 불교의 견해는 윤회 가운데서 모든 사람이 현세에서 공덕을 쌓음으로써 내세의 윤회에서 한층 높은 단계로 올라가 성불의 단계로 이르는 ‘영혼의 영생’이다. 도교가 추구하는 장생불사는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해서 영원토록 하는 신체불후(身體不朽)다. 유가와 불교의 영생은 일종의 사후 생존을 말하나 도교의 영생은 이생에서부터 영원히 사는 것을 말한다.

■ 복음과 중국 영생관의 접점을 찾아서

예수님께서 영생문제에 관해 많은 말씀을 남기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7)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로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즉 예수님께서는 믿는 것과 다시 태어나는 것 그리고 영원히 사는 것은 본래 동시에 존재한다는 영생관을 제시하셨다.

따라서 중국 전통의 영생과 복음의 영생에는 접합점을 찾을 수 있다. 그 접합점을 통해서 중국인의 심령세계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경식(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