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가톨릭신문‐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⑮ 중국 문화 바탕에 깔린 종교성 (중)

최경식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9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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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산상설교’와 유사한 중국인의 윤리관 ‘선유사상’
선유사상, 사리사욕 경고하고 도덕규범 준수 권장
정직한 삶과 세상의 빛과 소금 당부하는 산상설교
상통하는 점에서 복음과 중국문화 대화 방향 발견

중국인들은 오랜 세월을 신(神)과 함께 살아왔다. 이들은 기원전 5000년부터 자연에 대한 제사를 지내왔으며, 이러한 유구한 신에 대한 중국인의 관념은 특유의 종교성으로 발전해 왔다. 이번 호에서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연구위원이자 홍보실장인 최경식(스테파노) 박사를 통해 오랫동안 신을 믿어온 중국인의 종교성과 유가사상을 바탕으로 한 중국인의 윤리관에 대해 알아본다.

■ 중국인의 종교성

중국인은 본래부터 신(神)을 믿어왔다.

중국에는 대략 앙소문화(仰韶文化·기원전 5000년~기원전 3000년) 시대부터 만물유령에 대한 관념이 있었고, 이 때문에 자연에 대한 제사가 성행했다. 각종 자연현상이 여러 자연신에게 나뉘어 지배된다고 믿었던 원시 중국인들은 복을 희구하고 재앙을 면하기 위해 자연신과의 관계를 좋게 해야 했다. 여기서 수많은 제사를 통해 신과 인간이 교류했다. 「좌전·성공」에 “국지대사 재사여융”(國之大事 在祀與戎·국가의 대사는 제사와 전쟁에 있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나아가 동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이 발전하는데,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남방만민종충 북방적종견 동방학종채 서방강종양”(南方蠻閩從蟲 北方狄從犬 東方貉從豸 西方羌從羊·남방의 만민은 벌레, 북방의 적은 개, 동방의 학은 돼지, 서방의 강은 양에서 나왔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원시 씨족사회의 토테미즘의 일례로 설명된다.

용산문화(龍山文化·기원전 2500년~기원전 2000년) 시대로 들어서면 토테미즘은 쇠퇴하고 조상숭배가 성행한다. 조상숭배는 씨족사회의 산물이며, 혈연친족 관계는 조상숭배의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기초가 되고, 동시에 귀혼숭배로 발전한다. 최초의 조상숭배는 씨족단체의 공동조상이었고, 이 공동조상을 우선으로 숭배한 후에야 비로소 부족단체의 공동조상이 숭배되었으며, 그 후 가정이 생기면서 가정의 조상숭배가 나타났다.

또 기원전 2000년부터 ‘지고무상의 신’에 대한 관념이 있었다. 이름하여 건(乾), 천제(天帝), 상제(上帝) 등이 그것인데, 여기서 ‘건’은 본래 팔괘의 하나로 하늘을 대표하고 또 남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곤’과 합해져 건곤(乾坤)은 천지 또는 음양을 표현한다. 천제는 상(商)·주(周)이래 각 왕조의 ‘정통 제사의 최고신’, ‘국조(國祚)를 장악하는 신’, ‘신권지상’이 되었다.

공자가 편집한 「시경」 대아(大雅)에 “상제께서 네게 임하시니, 이는 네가 한마음 한뜻으로 섬기기 때문이다”, “하늘이 온 백성을 낳으시니, 각자의 규칙과 규율이 있다”, “하늘은 백성들이 보는 것에서 보고, 백성들이 듣는 것에서 듣는다”는 구절이 있다. 또 「논어」 가운데 “하늘에 죄를 지으면, 어떤 기도도 소용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 모두가 위격을 갖춘 신에 대한 믿음을 가리킨다. 이로 미루어 복음 전파 이전에 중국인은 이미 ‘지상신’에 대한 구체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천주’가 중국인의 가슴속에 낯설지 않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2월 4일 ‘땅의 신’을 기리는 중국 베이징의 지단공원(地壇公園)에서 음력 설인 춘절을 기념하는 행진이 열리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중국인의 윤리관

중국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가 유가사상이고, 유가사상에서 핵심은 인의예지(仁義禮智), 신충효제(信忠孝悌), 절서용양(節恕勇讓)이다. 이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복음 가운데 산상설교나 사도 바오로의 처세 도리 등에 대해서 전혀 생소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서로 어우러져 승화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선유(先儒)의 이 윤리관은 공자에서 시작되어 맹자와 순자의 양파로 발전된다. 이것이 「중용」과 「대학」에서 각파의 의견을 종합한 체계적인 이론으로 발전되고, 윤리 도덕으로 치국평천하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다.

그 특징은 아래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도덕의 근본 탐구 중시다. 공자는 ‘천명’이 도덕의 근본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성상근야 습상원야’(性相近也 習相遠也·사람은 선천적으로 순진한 본성을 가지고 있어 서로 가까워지려 하나, 후천적으로 오랜 습성 때문에 서로 멀어진다)라면서 후천적 습성이 개인의 도덕적 자질 형성에 중요함을 인정했다. 「중용」에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天命之谓性 率性之谓道 修道之谓教·사람의 천성을 성(性), 본성에 따라 행하는 것을 도(道), 도를 닦아 대도(大道)로 가는 것이 교(敎))라 했다. 그러면 덕(德)이란? 바로 도를 따르는 것이 덕이며, 도와 덕은 체(體)와 용(用)의 관계다. 도를 떠나서는 덕이 없으며, 덕을 떠나서는 도를 볼 수 없다.

둘째, 의(義)를 중히 여기고 이(利)를 가볍게 여긴다. 유가는 대대로 이(利)를 개인의 사리(私利)로 보고 의(義)와 대립 된다고 여기며, 도덕 원칙과 규범을 인간 행위에 대한 지도적 역할로 강조했다. 유가는 ‘견리사의(見利思義), 견득사의(見得思義)’라 했으며, ‘살신성인(殺身成仁), 사생취의(捨生取義)’를 강조했다. 따라서 인(仁)을 핵심으로 하는 도덕규범의 체계를 확립하였고, 거기에 효제충서신의(孝悌忠恕信義)가 포함되었다.

셋째, 도덕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공자는 “도지이덕 제지이례”(道之以德 齊之以禮·도덕으로 백성을 인도하고, 예절 제도로 그들을 동화)해야 비로소 사람이 수치를 알고 스스로 사회질서와 도덕규범을 준수한다고 말했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속에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충만하면 능히 ‘인정’(仁政)을 펼 수 있다고 보았다. 도덕은 바로 정치와 법률의 근본이며 기초다.

넷째, 도덕 교육과 도덕 수양을 중시했다. 공자가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은 문행충신(文行忠信)이며, 그 중심은 도덕 교육이었다. 유가의 대표적 인물 대다수가 교육자다. 그들은 오랜 교육 활동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도덕 교육의 이론을 형성했다. 나아가 유가는 개인의 도덕 자질의 수양을 중시하면서 이것으로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준거로 삼았으니, 그것이 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그들의 교육목적은 모두 ‘성현’(聖賢)을 배양하는 데 있었다.

위의 선유사상(先儒思想)은 복음 가운데 산상설교와 대비해 볼 만하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참 행복’(마태 5,3-12)이 무엇인가를 정의하셨고, ‘세상의 소금과 빛’(마태 5,13-16) 그리고 ‘화해와 극기, 정직, 폭력 포기’(마태 5,21-30, 33-42)를 말씀하시면서 특히 “원수를 사랑하라”(마태 5,43-48)고 하셨다. 이렇게 볼 때, 선유사상의 핵심은 바로 산상설교와 상통하지 않는가?

최경식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