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제10회 심포지엄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김수환 추기경’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11-10 수정일 2020-11-10 발행일 2020-11-15 제 321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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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 위한 그의 교회 쇄신 염원은 ‘공의회’에서 비롯됐다
사목 표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에 담겨 있듯
성체성사처럼 모든 이를 위한 ‘육화적’ 영성 지향
공의회 정신 교육해 ‘세상을 위한 교회’ 만들려 해
이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창설 주도로 이어져

11월 7일 서울 돈보스코미디어 7층 대성당에서 열린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제10회 심포지엄 중 발표자 박준양 신부(가운데), 박병관 신부(박준양 신부 왼쪽), 박승찬 교수(박준양 신부 오른쪽)와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휩쓸고 간 황량한 세상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승찬 교수)는 11월 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대방로 돈보스코미디어 7층 대성당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김수환 추기경’을 주제로 제10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종교는 물론 사회가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김수환 추기경 영성과 그의 가르침의 근원을 이루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조명했다.

발표자

-박준양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박병관 신부

(예수회·서강대학교 교수)

-박승찬 교수

(가톨릭대학교·김수환추기경연구소 소장)

■ 육화적 영성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

“한국교회가 진정 그리스도처럼 가난한 이들과 하나 돼 아픔을 나누는 교회인가?”

박승찬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세상을 위한 교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과연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제기했던 의문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어 “코로나19로 일상 속에 숨겨져 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지금 사회 안에서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을 돌아봐야 하는 시기”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 정신을 새롭게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말한 공의회 영성은 그대로 김수환 추기경 영성의 근본적인 지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항을 줬다. 김 추기경이 나아가고자 했던 방향은 명확했다. 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해 존재하며, 교회는 ‘세상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

이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에도 잘 드러난다. 여기에는 모든 사람을 위해 ‘밥’(빵)이 되고자 하는 그의 종교적 이상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김 추기경은 이를 그리스도의 성체적 실존과 연결 지으며 “성체성사의 주님처럼, 모든 이의 밥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박병관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교수)는 이런 김 추기경 영성에 대해 “공의회 정신에 따라 현대 한국 역사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자각적으로 형성된 ‘육화적’ 영성”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추기경은 공의회 전체가 ‘사랑과 대화의 교회상’을 추구한다고 간파했다. 그러면서 ‘사회 속의 교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가톨릭시보사 사장 ‘제2차 바티칸공의회 대변자’

공의회 정신은 한국 최초 추기경이 된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김 추기경(당시 신부)은 1964년 4월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발령받은 뒤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을 전하는 대변자가 된다.

당시 공의회는 김 추기경이 독일에서 공부하던 중 개최됐다. 김 추기경은 역사적인 공의회 전개과정을 큰 관심과 열정으로 지켜봤다. 특히 새롭게 전개되고 있던 가톨릭교회 쇄신 방향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독일 유학시절 성 요한 23세 교황이 공의회 개막연설을 하는 모습을 시청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김 추기경은 공의회 폐막 직후 가톨릭시보 1965년 12월 25일자에 게재한 논평에서 공의회 이후 변한 교회관에 대해 “교회를 오랜 전통과 인습의 중압에서 해방시키고 정적인 교회에서 ‘사랑을 근본 원리로 삼는 동적인 교회’로 옮겨 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공의회는 제도보다는 복음을, 행정보다는 사목을, 정죄(定罪)보다는 대화를 강조했다”며 “한 마디로 이번 공의회는 이지(理智)보다는 사랑을 그 기저원리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교회 사목 지도자로서 그의 미션은 자신과 한국교회 전체가 ‘공의회 정신’에 따라 쇄신하는 것이었다.

박승찬 교수는 “김 추기경님은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해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외치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려는 공의회 정신에 기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추기경이 ‘교회 쇄신’을 위해 공의회 정신을 알리려고 노력한 모범을 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제 우리는 공의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은 김수환’으로서 ‘세상을 위한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FABC ‘아시아의 고통 속에 피어난 희망’

김수환 추기경 영성은 공의회 이후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 FABC) 창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FABC는 대륙 차원에서 구성하는 여러 나라 주교회의 모임으로 이는 ‘지역 차원에서 공동합의성(Synodalitas) 실행’을 위한 것이었다. 공동합의성은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의미한다.

FABC 탄생은 1970년 11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역사적인 필리핀 방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아시아 전역 주교들이 모였다. 교황과 함께한 3일 간 모임에서 아시아 주교들은 아시아교회 발전을 도모할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며 강한 연대감을 형성했다.

모임에 참석한 김 추기경은 아시아교회 연대를 위한 기구 창설을 제안했다. 이후 그는 성 바오로 6세 교황 앞에서 직접 제안하게 된다.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후 전체회의에서 창립에 관한 결의서가 채택됐다. 당시 김 추기경은 실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 FABC의 탄생과 발전’을 주제로 기조강연 한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아시아 복음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태”라고 평가하며 “아시아 복음화의 핵심인 ‘삼중대화’(가난한 이들·문화·종교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요소에 대한 성찰과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대화하기 위에서는 ‘난민과 이주’ 문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 등을 새로운 성찰 요소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급격한 서구화와 산업화, 정보화, 종교적 근본주의 등도 새로운 성찰 요소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 복음화에 대해 “척박한 땅에서 지금 막 자라난 싹은 희망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