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기고를 마치며 / 이연세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동서울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0-12-08 수정일 2020-12-08 발행일 2020-12-13 제 322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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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를 기고한 지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연재할 줄은 미처 몰랐지요. 시작은 우연하고도 가벼웠습니다. 취미삼아 끄적거리던 글을 국방일보 독자란에 몇 번 기고한 것을 본당 신부님이 읽으셨나 봅니다. 군종교구 행사에 참석했던 본당 신부님은 취재를 나왔던 가톨릭신문 기자가 기고할 군 신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저를 소개했지요. 글재주도 없는 제가 글을 쓴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덜컥 승낙을 했습니다.

해가 가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부담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잘 때까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서 글감을 찾으려고 오감의 촉수를 예민하게 세웠습니다. 어떤 때는 자다 일어나 몽유병 환자처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적도 있었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불현듯 떠오른 착상을 기록하기 위해 쉼터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에 메모하기도 했으며, 밥을 먹는 중에 서재로 뛰어가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힘들 때는 ‘왜 기고를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후회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사람이라도 제 글을 읽고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저는 주님 사랑을 참으로 많이 받았음을 느낍니다. 한 편 한 편 글을 쓰면서 제 삶 전체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음은 물론이고 신앙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아마도 병영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기간 제 자신을 세심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제 삶의 여정 속에서 기묘한 방법을 통해 함께하셨음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또한 기고를 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늘 가까이 하게 됐다는 것은 크나큰 은혜입니다. 필력이 일천하므로 글감이 곤궁할 때가 많았지요. 그럴 때면 열일 제쳐두고 하느님 말씀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나 다른 신자들이 쓴 글도 다양하게 읽게 됐습니다. 글을 읽으며 교리도 더 알게 되고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도 많이 접하면서 한 발 더 주님께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저의 행실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지요. 그러면서 글만 그럴싸하게 쓰고, 행동은 전혀 다른 위선자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병영일기를 마치려 하니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에 과분한 평을 해 주시고, 글이 빛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편집해 주시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주신 가톨릭신문 담당자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저의 글을 사랑해 주시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 주셨던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인 주님, 찬미합니다!’

※그동안 병영일기를 기고해 주신 이연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동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