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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 초대 소장 정희완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20-12-21 수정일 2020-12-22 발행일 2020-12-25 제 322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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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하고 사랑하기 위해 신학 공부도 필요합니다”
세상을 복음 관점에서 성찰하는 ‘신학 공부’
신앙 성숙 위해 필요한 하느님 닮아가는 과정
닮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하느님 알 수 있어 
말·행동·태도가 하느님 드러나는 성사 돼야

정희완 신부는 신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세상과 사람을 읽어내고 그것을 복음과 신앙의 관점에서 식별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앙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신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박원희 기자

모든 신앙인은 거룩함(성덕, 완덕)으로 불리움을 받았다. 사제나 수도자만이 아니라 신자 누구나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앙의 삶을 산다는 것, 달리 말해 성덕의 삶, 영성의 삶, 성화의 삶을 산다는 것. 어떻게 부르든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이고, 그리스도를 이 시대에 재현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신앙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할까.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를 설립한 정희완 신부(요한 사도·안동교구)는 신앙인들에게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하느님을 닮은 삶을 살기 위해, 즉 희망하고 사랑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들어본다.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 주일 미사 참례를 하고 아침·저녁기도 등도 성실히 바친다. 생명수호에 찬성하는 등 교회의 모든 가르침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것만이 신앙생활일까?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희망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이 교리를 받아들이고 미사 등 종교적 관습을 따르는 면으로 좁혀 인식하는 모습이 많죠. 삶 안에서 하느님을 희망하고 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 올바로 신앙하기

정희완 신부는 신앙은 가르치고 지시해서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실천함으로써 드러내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전염, 물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신앙을, 교회를 멀리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교회 안에 머문다고 자부하는 신자들도 신앙을 올바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바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이다. 정 신부는 “구약성경은 하느님께서 세상 속에 계신다는 것을 알려줬고, 신약성경은 하느님께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줬다”며 “따라서 하느님을 찾고 알기 위해서는 세상을 읽어야 하고 인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정 신부는 전통적으로 ‘앎’을 중요하게 여겼던 교회문화, 즉 알고→ 체험하고→ 닮아가는 과정을 뒤집어 신앙하기에 나서보자고 권고한다. 하느님을 잘 알고 잘 느끼지 못하더라도 ‘하느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더 쉽게 하느님을 체험하고 알게 된다는 것이다.

■ 신앙인 공부하기

그렇다면 신앙을 학습하고 관련 정보를 잘 습득하면 잘 실천할 수 있는 것인가? 정 신부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신학자들은 하느님이 존재하는가를 묻고 학문적 체계 안에서 신론을 규정하는 등등의 신학을 한다. 하지만 일반신자들의 질문은 다르다. 많은 경우 하느님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묻는다.

“신앙인들이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 전통에 비추어 자신이 믿는 하느님에 대해 정직하게 고민하고 자신과 공동체의 모습에 대해 진솔하게 성찰하고 있다면, 이미 신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 신부는 “신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창하게 학문적인 책을 읽는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읽어내고 그것을 복음과 신앙의 관점에서 식별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세상과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나 영화 등을 보고 나의 생각을 쓰고, 이에 관해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등의 공부하는 노력을 더할 수 있다.

“공부라는 것은 변화를 추구할 때, 더 나아지려는 마음에서 하는 것입니다. 자기 성찰을 위해서죠. 그래서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특정 누군가만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이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은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 위해 신앙인들이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신학하기를 통해 신앙하기

정 신부는 사람은 공부와 성찰과 일상적 수행을 통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상 안에서 수행한다는 것이 일반 신자들에게는 낯설거나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정 신부는 “일상 안에서 수행한다는 것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에 대해 신앙적으로 응대하기”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든 어떤 때는 행복이, 어떤 때는 불행이 다가올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할 순 없다. 하지만 “나에게 다가온 것을 어떻게 응대하느냐는 나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또한 신앙인들이 공부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것을 신앙적 눈으로 식별하고 선택, 실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정 신부는 “일상에서 이것이 정말 복음적일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일까? 등의 성찰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을 판단하고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 신부가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를 통해 가장 힘을 싣고자 하는 신앙 공부 모임은 신앙의 올바른 의미와 수행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신앙 운동이고, 공부를 통해 신앙과 영성의 성숙을 꿈꾸는 신학 운동이며, 공부하는 공동체 형성을 통해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꿈꾸는 교회 운동이다.

정 신부는 이 신앙 공부 모임에 ‘혜연공동체’(慧演共同體)라는 이름을 붙였다. 혜안적 성찰과 연극적 수행을 한다는 뜻에서다. 혜안적 성찰이란 삶과 사물과 세상을 사려 깊은 눈으로 읽고 성찰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연극적 수행이란 하느님이 감독이며 제작자이며 우리는 삶이라는 연극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정 신부는 “삶의 모든 것을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삶의 무대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연극적 수행”이라고 설명한다. 이 두 가지 미덕을 실행하기 위해 신앙 공부 모임, 즉 혜연공동체를 시작한 것이다.

“신앙을 달리 말하면 신념, 행동, 태도가 되는데요. 나의 말과 행동, 태도가 하느님을 닮아야 하고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드러내는 성사적 표징이 돼야 합니다.”

■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는…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Institute for Catholic Culture and Theology)는 ‘신앙 공부 모임’(혜연공동체)과 ‘신학 서원’, 신학 및 사목 포럼 운영과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구심점이다. 이 연구소는 전국 곳곳에서 신앙인들이 공부 모임을 형성하고 활동을 지속하도록 돕는 매개체이자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지향한다.

핵심 과제와 역할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하는 문화의 형성’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공간과 연구원 등을 두고 운영하는 공간적 의미의 연구소가 아닌, 대화하는 친밀한 공동체가 있는 그 자리를 연구소로 인식한다. 적절한 대화 주제 선정과 자료 제공을 비롯해 공부 모임 활성화를 위한 특강 등도 제공한다. 특히 ‘서원’이 지닌 평생교육이라는 지향점과 ‘서당’이 갖고 있는 사회적 교육의 지혜를 참조, 즉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공부의 형식을 선호한다는 뜻에서 서원 및 서당이라는 이름과 그 운영방식을 차용했다.

※문의: heewanjeong@hanmail.net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