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화재로 터전 잃은 최순례씨 가정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21-02-02 수정일 2021-02-02 발행일 2021-02-07 제 323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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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감에 몸도 마음도 까맣게 타는 듯
6년 전 낙상사고 당한 남편 머리 크게 다쳐 거동 불편
갑작스런 화재에 큰 화상 수 차례 반복 수술 필요
수입 끊긴 데다 집마저 잃어 병원비 마련할 길 없어 막막

최순례씨가 화상을 입고 입원 중인 남편 양태선씨를 돌보고 있다. 최순례씨 제공

IMF 외환위기 때 남편 양태선(바오로·74)씨가 실직하면서 귀농을 택한 최순례(가타리나·63·안동교구 풍양농촌선교본당)씨 가정. 얼마 되지 않는 논농사로는 생활할 수 없어 최씨가 근처 육계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소박한 시골 생활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던 최씨 가정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 건 6년 전부터다. 당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양씨가 지붕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뒤 기억력과 판단력이 크게 저하됐고 거동도 불편한 처지가 됐다.

이후 최씨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로 계약이 끝나면서 다니던 육계 공장도 그만두게 됐다.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사는 최씨 모친 이복녀(안나) 할머니도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돌봄이 필요한 상황.

그럼에도 최씨는 낙담하지 않고 매일의 삶을 이어 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집에서 교리공부를 하고 기도하며 신앙생활을 이어 온 최씨였기에, 어려운 형편에도 본당 구역장으로 봉사하며 성당 일도 적극 도맡았다. 그런 최씨 일상이 완전히 멈춰버린 건 지난 1월 10일 발생한 화재로 보금자리가 몽땅 타버린 뒤부터였다.

허름한 집이지만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오다 지붕이 파손되고 비까지 새는 지경에 이르러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어렵게 집수리를 마친 터였다.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지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갑작스레 닥친 화마는 그 보금자리마저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불이 나던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이어가던 최씨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근 신앙생활이 뜸해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싶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다 들어요. 남을 아프게 한 적도 없고, 나보다 못한 사람 도와주며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 화재로 집 안에 있던 남편 양씨가 크게 다쳤다. 당시 옆으로 누워있었던 양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닥과 닿아있던 몸 오른쪽 대부분에 화상을 입고 말았다. 괴사한 피부를 걷어내고 인공피부를 이식해야 한다. 화상 부위가 워낙 넓은데다, 양씨 나이도 있어 여러 차례에 나눠 수술을 반복해야 한다. 앞으로 몇 번이 될지 알 수가 없다. 최씨는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겁이 나서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면서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치료가 많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둘 있지만 도무지 기댈 상황이 되지 않는다. 둘 다 일거리가 없어 어려운 형편인데다, 큰 아들은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오히려 최씨가 지금껏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씨 상황을 아는 본당 신자들, 최씨와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 도움으로 겨우 힘을 내고 있다. 최씨는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 신자들이 도와주셔서 고맙고 또 너무 죄송하기도 하다”면서도 “도무지 무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씨 가정에 드리운 그늘을 걷어낼 수 있는 더 많은 빛이 비추길 바랄 뿐이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1년 2월 3일(수)~2021년 2월 23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