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만성 신장병 앓는 이주노동자 로마씨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2-23 수정일 2021-02-24 발행일 2021-02-28 제 3233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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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죠? 제가 일 못하면 고향의 가족들은…
가난으로 학업 포기하고 미혼모로 두 아이 키우다 생계 위해 홀로 한국행
가족 뒷바라지 하느라 밤낮 없이 일하다 쓰러져 신장병 말기 진단 받아
정기적인 투석 필수지만 수입 끊겨 치료는커녕 생활비 마련조차 어려워

만성 신장병 5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필리핀 이주노동자 로마씨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이주사목위원회 제공

“언제나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만성 신장병 5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필리핀 이주노동자 로마(Floro Nina Roma·42)씨는 절망의 순간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간직했다.

필리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로마씨는 자신과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젊은 시절 사랑으로 두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들 아버지가 떠나면서 미혼모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렇게 로마씨는 어린 자녀들은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와 남동생까지 홀로 뒷바라지했다. 그러다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일념으로 2006년 한국행을 택했고 예술공연팀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생활비를 마련하고 가족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한국에서도 로마씨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살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 상태는 알지 못했고 점점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한국생활 7년 차이던 2012년 로마씨는 결국 길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쓰러진 로마씨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 자리에서 신장병 말기인 5기 진단을 받았다.

“너무 무섭고 절망적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내가 없으면 안 되는데….”

발병 이후 로마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오히려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상황이 됐다. 고등학생이었던 남동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과 길거리 음식점에서 일하며 생계를 도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로마씨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만성 신장병은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한다. 투석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투석을 받지 못하면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로마씨는 현재 최소한 횟수인 주 2회 투석 받고 있으며, 그것마저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건너 뛸 때도 있다.

또한 로마씨가 살고 있는 보증금 없는 월세 30만 원짜리 지하 단칸방에는 집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어 중증의 만성 신장병 5기 환자가 살기에는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현재 로마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로마씨는 공장에서 시간제 근로를 하거나 육아 도우미를 하며 어떻게든 버텨 왔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이후에는 할 수 없게 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매달 100만 원이 넘는 투석 비용을 현재 상황에서 로마씨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로마씨는 굳은 신앙으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제게 병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기도를 꼭 들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101-024007 예금주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모금기간: 2021년 2월 24(수)~3월 16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2-924-9970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