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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이주현

이주현(헬레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03-02 수정일 2021-03-02 발행일 2021-03-07 제 323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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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늘 봉사자는 부족하다. 특히나 우리 본당 경우,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또 신자 수도 적다 보니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봉사를 맡기도 한다. 나는 4개 단체에서 봉사를 맡고 있다. 호기롭게 시작은 했지만 가끔은 내 가정, 내 일보다도 본당 봉사에 더 매달리며 시간에 쫓길 때면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나 싶을 때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여러 단체에서 봉사 중 만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만나기에 힘들어도 그만할 수가 없었다.

세례 받은 직후 선교분과에 들어가 예비자 교리반 봉사를 하면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무사히 세례를 받을 수 있게 애쓰고 계셨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나 역시 새로운 예비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 후 전례분과, 중고등부 주일학교, 꾸리아 등 점점 많은 단체에서 봉사를 맡게 되었는데 해설을 할 때면 제대 가까이에서 주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레지오를 하면서는 성모님께 의탁하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지난 주 본당 청년 6명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함께 주일학교 교사를 해 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지만 대답은 모두 ‘아니오’였다. ‘적어도 한 두 명은 함께해 주겠지’라고 기대했던 나로서는 여간 실망이 큰 게 아니다. 물론 취업과 학업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얻을 수 없는 귀하고 값진 경험들이 우리 교회 안에도 가득한데…. 이런 기쁨과 은총을 함께 나눌 청년 봉사자가 특히나 부족한 현실이 무척이나 아쉽다.

미사 참례는 하지만 봉사 생활은 하지 않는 타 본당 친구들은 오히려 나를 신기해 한다.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개인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지 않느냐’고 말이다. 나는 늘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비싼 돈 내고 콘서트 S석에 왜 가겠어? 제일 앞에서 보고 싶어서잖아. 마찬가지야, 하느님을 1열에서 직관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봉사라고!”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봉헌하나이다. 또한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심에 감사하나이다.” 미사 중 신부님께서 성혈과 성체를 봉헌하시며 바치는 이 기도처럼 부족한 나를 주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드린다. 더불어 부족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되어 함께 주님께 나아가게 해 주시기를, 봉사를 망설이고 있는 형제자매님들이 계시다면 용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끝>

이주현(헬레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