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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한의 해커와 IT기술 / 황소희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입력일 2021-03-09 수정일 2021-03-09 발행일 2021-03-14 제 323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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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북한의 해킹 소식이 세상을 들썩이게 할 때가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언론사, 미국 영화사 소니픽쳐스를 공격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물론 이와 같은 행위는 모두 불법이며, 권장하거나 잘했다고 추켜세워야 할 행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생각했을 때 이들 수준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이 굉장히 특화됐다는 점을 보여 주는 지표이기에 그렇다.

만약 북한과 미국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눈독 들일 북한의 인적자원은 해커부대를 비롯한 북한의 정보통신(IT) 종사자일 것이라는 논의를 세미나에서 한 적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인터넷을 일반인에게까지 보급하지 않은 지역임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큼 뛰어난 수준의 해커를 양성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를 비롯한 여러 제약에도 이 정도 기술 수준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들이 합법 영역에서 활동한다면 현재 지닌 잠재력이 얼마나 크게 발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같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선진국이 채택한 발전전략보다 고도화된 산업 발전 단계를 거쳐야 급진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북한이 2000년 전후로 IT산업을 북한 경제 전반의 현대화를 이끌 핵심으로 강조하고, 과학기술산업을 통한 전면적 경제발전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이런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세계적으로 가장 첨단을 달리는 기술이 집약된 실리콘벨리에서 탐낼 만한 인재들이 모여 있으나, 불법적인 행위 외에는 재능을 쓸 수 없는 환경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은 북한 정권과 IT기술자 그리고 북한 주민에게도 모두 비극이다.

북핵문제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이 문제로 인해 북한에 부가된 국제제재와 제약은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발사로 핵 능력을 고도화해 온 북한은 자신에게 부과된 제재망을 우회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으며 극단적으로 해킹과 같은 불법행위까지 동원해 외자를 유치하는 상황이다. 한국만큼이나 북한 역시 답답하게 느낄 이 현실에 대한 해법은 원론적이지만 정확하게,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지점을 가리킨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북한에게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절실한 과제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 낼 수 없다는 것은 북한도 안다. 다만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도달하기까지,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과 이 선택지가 북한 정권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것이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북한에게 성경 한 구절을 추천한다.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자신들을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회복시켜 주겠다.”(2역대 7,14) 이 구절을 건네주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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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