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 아직 덜 성숙한 제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0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9
입력일 2021-03-23 수정일 2021-03-25 발행일 2021-03-28 제 323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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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기 때문에 더 노력하는 시간이 ‘은총의 순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시작 자신의 부족함 자각하는 일
성찰을 통한 성장에 힘쓸 때 하느님 사랑에 다가서게 해

본지는 올해 94주년 창간기념호부터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소장 조재연 신부)와 함께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격주로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은 가정 안에서 가톨릭 신앙을 전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신앙교육의 목적과 내용, 방법을 알려주는 기획입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가 내놓은 명쾌한 제안이 신앙 전수를 위한 부모들의 고민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덜컥 부모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부모’라는 역할 앞에선 늘 부끄럽습니다. 엄마로서 저는 여전히 감정적이고, 나태하고, 종종 잘못된 판단을 하며, 충동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이렇게 성숙하지 못한 제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제 말과 행동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불안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칠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곤 합니다. 나는 좋은 부모일까, 아이가 나에게서 부족한 사랑을 느끼면 어떻게 하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회심, 즉 새로운 시작은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자각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약함을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되짚어서 성찰하려고 애쓸 때, 더 나은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게 되겠지요. 이 꾸준한 반복이 좋은 부모가 되어가는 길이자 그리스도인 부모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 길을 찾아가는 데에 시선을 넓힐 수 있는 한 자매님의 나눔을 소개합니다.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엄마를 향한 아이의 사랑에 비하면 불완전하죠. 아이가 보내주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 비하면 작게 느껴질 정도예요. 저의 사랑에는 조건이 붙을 때가 있지만, 오히려 아이의 사랑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엄마를 향한 아이의 조건 없는 사랑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과 가장 닮은 것 같아요. 그 사랑을 느끼게 되면 다시 제 아이에게 줄 사랑을 충전하고, 또 세상의 다른 것들도 사랑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그리스도인으로 살게 하시려고 제 아이를 보내주셨나 봐요.”

이 말을 한 자매님은 부모가 된 뒤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느꼈다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조금이라도 말과 몸가짐을 조심하고, 생각과 가치관을 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인가, 자랑스러울 만한 엄마인가를 고민하게 된 거지요. 그 고민은 곧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로 이어지고 그 끝에는 복음적인 삶이 무엇인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경험한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고민에 깊이 공감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으로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수십만 명의 청소년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저 또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했으니까요. 그들이 바로 하느님과 저를 이어주는 길이었음을 많은 순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통해 미성숙하고, 부족한 저를 끊임없이 이끌어 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꾸밈없는 아픔과 기쁨, 번민과 희망을 대할 때마다 제 삶의 방향을 다시금 재정립하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우리가 돌봐야 하는 대상을 통해 당신과 더 가까운 곳으로 우리를 불러 주십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이가 보고 있는데 내가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지’, ‘더 정의로워져야지’,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져야지.’ 매일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마음을 다잡곤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매일의 삶속에서 애쓰고 있는 부모의 거룩한 마음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상기시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비록 죄스럽고, 부족하고, 한계를 느끼지만, 내 곁에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당신 사랑에 다가서게 재촉하십니다.

아이가 부모의 표정을 그대로 따라할 때,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서 내 모습을 볼 때, 사랑스러운 얼굴로 예쁘고 바른 말을 배워 나갈 때,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엄마에게 털어놓는 아이를 바라볼 때…. 그 순간순간이 그리스도께서 당신 사랑으로 우리를 재촉하는 은총의 순간임을 놓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요?’,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는 물음 안에는 좋은 부모를 넘어서 ‘거룩한 부모’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져 있음을 봅니다. 저는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나눌 이야기의 장을 ‘내리신앙’ 프로젝트라 부르고 싶습니다. 사랑이 내리사랑으로 깊어지듯 내리신앙은 이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즉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믿음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로 그리고 그 자녀들에게로 전해지면서 신앙은 더 깊어지고 두터워져야 합니다. 신앙 이어주기가 어려워져가는 이 시대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부모들의 근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이 장 안에서 자녀를 사랑으로, 믿음으로 기르기 위한 부모와 조부모들의 고민이 나누어지고, 체험 안에서 함께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hatsal94@hanmail.net)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0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