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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장지동성당 연가(牆枝洞聖堂 戀歌) 7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 정연혁 신부

정연혁 신부(제2대리구 장지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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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학교에서 배웠던 박두진 선생님의 ‘낙엽송’(落葉松)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가끔씩 기억이 납니다. 그 한 구절이 특히 마음에 늘 반향을 줍니다. 바로 ‘봄마다 새로 젊은 자랑이 사랑옵다’입니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 속에 이미 봄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이미 여름을 담고 있다고 새순을 예찬합니다. 돌아오는 계절에 거역하지 않고 시간의 질서 안에서 생명의 순환을 계속하는 이 위대한 피조물 안에서 이미 미래인 여름이 있습니다.

다시 중학교 때의 추억입니다. 한문 시간에 배웠던 말입니다. 일일신우일신(一日新又日新)입니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고 또 다시 새롭게 살라는 말입니다. 최근에 다시 찾아보니 이 말은 은나라 시조 탕왕이 자신의 세숫대야에 새겨놓은 말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에서 유대됐다고 합니다. 늘 경각심을 가지고 제국을 통치하려는 자경의 글이겠지요. 요즘은 그냥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한다고 배웠습니다.

해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때에 하는 생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심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셨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시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시고, 새로운 그 가치와 질서를 선사하셨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심으로 모든 인생의 지평을 송두리째 바꾸셨습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저는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준다는 것은 우리가 성숙했다는 증거이고 삶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유는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힘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를 성숙한 자유를 통한 새로운 삶으로 초대합니다.

올해는 무엇이 새로워지면 좋을까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우리가 새롭게 선택할 삶은 어떤 것일까요? 적어도 저에게 두 가지 화두가 생겼습니다. 첫째는 인류 공동체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일과 둘째는 혼자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이겨내는 일입니다. 세상이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사실이 새로운 문제인 질병과 환경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일 먼저 무분별한 개발과 군비경쟁을 그쳐야 하고요. 그리고 저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지만 함께 하면 커진다는 사실에 용기를 다시 갖는 것이 이번 부활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부활에 각자 새롭게 될 그 무엇을 날마다 새로 젊어지는 푸른 순을 보면서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천상의 것들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정연혁 신부(제2대리구 장지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