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사랑과 생명의 언어, 칭찬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1-03-30 수정일 2021-03-30 발행일 2021-04-04 제 3238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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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긴 일을 잘하시네요.” “센스 있네요.” 요즘 본당에서 미사를 마칠 때 신자들이 서로 마주보며 해주는 칭찬의 한 마디다. 사실 칭찬 한 마디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과 인사하는데, 어느 신자가 지나가면서 나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하며 그 주일 칭찬 한마디를 건넨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그분께 “감사합니다”하며 절로 인사하게 된다. 말 한 마디로 기분이 ‘업’ 될 만큼 칭찬의 힘은 대단하다.

올해 본당에서 전 신자를 대상으로 <칭찬 캠페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많은 곳에서 해왔던 프로그램이라 낯설지 않지만 이 시점에서 실시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로 인해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식구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스트레스나 무기력증을 보이고, 심할 경우에는 분노하고 짜증이 나는 ‘코로나 레드’로 확대되어 타인과의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회가 사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보니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 시작해보니 반응이 좋다. 칭찬 한 마디에 웃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주보에 나온 칭찬 한마디를 활용하니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칭찬 한마디면 두 달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기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속적인 칭찬은 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치유도 가능하게 한다.

<칭찬 캠페인>을 본당에서 실시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최근 우리 사회의 현실이 혐오와 증오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인간끼리 상대방을 혐오하고 증오하며, 그것을 넘어서 폭력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러 가지 폭력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겨나고 상처와 아픔, 고통과 죽음이 따르는 불행을 겪고 있다. 아동 학대, 갑질 문화,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성폭력 등 죽음의 문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혐오와 배제, 그리고 폭력의 결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시대적 징표를 읽어내고 우리 삶과 사회에 내재된 죽음의 문화를 식별해내어 사랑과 생명의 문화로 전환하려는 예언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교회에 주어진 ‘새로운 복음화’라 간주된다. 새로운 복음화를 실천하는데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칭찬’이다. 칭찬은 하느님 사랑을 이웃 사랑으로 구체화시키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먼저 인사하거나 세례명을 불러주는 아주 사소한 행위조차 사랑의 표현이다. 칭찬해준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칭찬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칭찬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는 칭찬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님도 하느님 아버지의 칭찬을 받은 분이다. 요한 세례자에게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에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3,17) 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은 아들 예수님을 칭찬하며 자존감을 높여주신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런 말로 칭찬한다면 그 자녀는 분명 사랑 안에 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삶과 사회가 복음화 되려면 칭찬 문화라는 복음적 가치관을 교회가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칭찬 캠페인을 전개하는 마지막 이유는 칭찬은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칭찬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 안에서 눈에 보이도록 해주는 것이다.(1요한4,21) 바오로 사도는, 남을 배려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칭찬은 성령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말한다.(에페소서4,29-32 참조) 칭찬은 돈 많은 세관장인 자캐오를 회개의 길로 이끈다.(루카19,1-10) 사회적으로 소외된 채 남의 눈에 띄지 못하고 죄인으로 살아온 키 작은 그의 이름을 불러준 분이 바로 예수님이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칭찬의 행위이다. 이러한 결과로 자캐오는 자기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된다. 이렇듯 칭찬의 신앙적, 영성적 차원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닮기에 충분하다. 부활을 맞이한 여러분 모두를 <칭찬합시다> 캠페인에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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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