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거룩한 노래 / 오선주

오선주(루치아·제1대리구 진사리본당)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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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바로크 성악을 공부한 지 4년이 되어가던 때였다.

바로크 시대 음악은 교회음악이 특히 발전하고 있던 시기다. 때문에 바흐, 헨델, 비발디 등 그 시대 작곡가들의 성악곡을 많이 다뤘었다. 하루는 레슨 중에 성가의 감정표현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오페라나 가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감정이기 때문에, 경험이 없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성가는 달랐다.

교수님은 ‘위대하신 그분의 음악을 할 때는 우리의 존재감은 참 작아진다.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도 그분이 보시기에는 다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고 말씀하실 때 나는 하느님의 음악 안에 있는 자유를 깨달았다. 성가의 표현은 자유였다.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그 마음을 느끼기 위해 기억하고 상상했으며 내가 예수님과 함께 있는 느낌이 들 때까지 가사를 곱씹으며 연습했다.

성가는 그랬다. 가사 안에 나오는 모든 기도는 나의 기도이며 하느님께서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성가 안에는 자유가 있었고 그 자유로움 안에는 거짓이 없고 순수만 있었다. 성가는 작곡가들의 기도 안에 영감을 받아 하느님 음성을 받아 적고 작사가들의 묵상으로 하느님 말씀을 옮겨 적은 거룩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하느님께서 남기신 메시지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귀국 뒤 우연한 기회에 성가대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성가대 교육을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모습은 성가의 가사, 즉 말씀은 뒷전이고 익숙한 멜로디를 익숙한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사 안에서 모든 신자가 함께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미사곡을 특히, 대축일 미사 때 성가대가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성대하고 아름다운 미사가 갑자기 음악회장이 되어버린 모습에 마음마저 아팠다.

성음악에 관하여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고 전문적으로 성음악을 가르치는 기관도 별로 없으니 이해할 만도 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성가대 교육하면서 내가 배웠던 모든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성가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성가를 부르는 목적과 의도 그리고 성가대의 역할이었다. 교육생들은 나와 함께 거룩한 음악을 경험하셨고 성가 안에서 기쁨과 사랑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보통 4주 교육이었지만 그 몇 주가 그분들께는 거룩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나 또한 그 변화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 음악의 위대함에 늘 감사하는 시간이 됐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성가대와 성가대 교육이 문을 닫았다. 나는 미사 시간에 홀로 외롭게 성가대석에서 성가를 부르며 왜 성가를 다 같이 부르게 하셨는지, 왜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모두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목소리는 하늘을 울리는 큰 울림이고 우리의 마음마저 깊이 파고드는 하느님의 위로이기 때문이다.

오선주(루치아·제1대리구 진사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