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계영배(戒盈杯) / 이재훈 기자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6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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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으로 항상 ‘넘침’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교훈으로 삼았다.

계영배는 액체의 압력과 대기압, 중력 간 상관관계를 이용해 7할 넘는 술을 따르면 술이 잔 밑 구멍으로 흘러져 모두 비워지도록 만든 잔이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황태종 신부는 제주 제2공항 관련 인터뷰에서 “언젠가부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욕심내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제주뿐 아니라 생태계에 함께 사는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포도밭에서 품삯 한 데나리온(마태 20,1-12)의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풍요를 열망하고 집중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바알 신앙’에 비유하며 반성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교황청은 지난해 온 세계가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오는 2022년부터 출범하자고 요청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양기석 신부는 3월 25일 수원교구 여성연합회 정기교육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7년 여정으로 정한 것은, 학계 분석을 통해 우리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한이 7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욕심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도 잔을 풍요롭게 하려 가득 채우기만 하다 모든 술을 흘려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모두를 위해 주변을 둘러보는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