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당신의 큰 사랑 / 한정민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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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원고 청탁을 받고 제가 다른 분들 앞에 제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성당에서 기도했습니다. “주님 부끄럽고 자신이 없습니다.” 그때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주님이 말씀해 주시는 듯했습니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오너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성당을 나와 혼자 걸어 돌아오는 길이 외롭지 않았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이 길이 외롭지 않음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사랑으로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제가 기도에 매달리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이를 차로 데려오면서 늘 아이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욕심과 불안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매일 차 안에서 아이와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며 다녔습니다.

하루는 너무 바쁘게 움직이느라 묵주기도를 바치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소한 일로 다른 아이와 크게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더욱더 손에서 묵주를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저 욕심에, 두려움에 묵주를 잡았습니다. 인간적이고 작은 계기로 늘 묵주기도를 했습니다. 주님이 아닌 자식이 가족이 먼저였습니다. 바쁜 일상에 성당도 다니지 못하고 그저 기도만, 묵주기도만 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욕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기복적인 기도에 주님은 늘 응답해주셨습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기도에 주님은 때로는 바로바로 혹은 침묵으로, 또 꾸짖음으로 제가 알 수 있도록 함께해 주셨습니다.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오면 ‘이 길이 옳은 선택일까?’, ‘주님 이 길이 당신이 이끄시는 길인가요?’, ‘정말 이 길이 맞을까요?’,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모든 길이 그냥 그 길이였음을, 그리고 결국 ‘그 길에 주님과 함께였던가’라는 것이 문제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도하며 주님과 함께한 그 길에 역경과 시련도 있었지만, 주님이 주신 위로와 기쁨, 사랑도 충만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 특별하고 흠 없는 모습이 아닌 한없이 인간적이고 나약하고 욕심으로 매달리는 저에게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오라’ 하시는 ‘주님’. 제가 어떤 모습으로든 기도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허락하시는 ‘주님’.

세상 속에서는 그저 작고 초라하고 부끄러운 저이지만 당신 앞에 있는 저를 주연으로, 주인공으로 대하시는 주님 당신의 큰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