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레질리언스 회복을 위하여 / 김철호

김철호(다니엘) 시인
입력일 2021-04-13 수정일 2021-04-13 발행일 2021-04-18 제 324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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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게 “형(Tes Bros!)”이라 부르며,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사랑은 또 왜 이래….”하면서 삶과 사랑, 현실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노래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루하게 끌어가는 코로나19 대유행, 혼란스런 정치·사회 현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로서 괴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삶, 그 자체가 괴로움의 바다로 생각하고 부딪히는 한계상황에 대해 고민하면서 풀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만이고, 상실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한 발짝 물러나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내 힘들다’를 거꾸로 ‘다들 힘내’로 크게 소리 쳐 보십시오. 강렬한 도전 의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폭풍우를 피할 수는 없지만 미리 대비하거나 빠르게 수습할 수는 있습니다. 오래 지속되는 폭풍우는 없으며, 폭풍우 뒤에는 맑은 날이 온다는 현상을 우리는 자연의 법칙으로 경험해 왔습니다. 날아간 지붕을 고치고, 폭우로 쓰러진 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은 우리가 해내야 합니다. 비용과 고난이 뒤따르지만 더 좋은 지붕, 더 튼튼한 다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19년 연말에 발생한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되는 대유행 현상을 일으키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원격근무, 자가격리, 외출과 여행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새로운 생활 스타일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무기력, 분노, 우울감 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고충 심리를 색으로 표현하는 코로나 블루·레드·블랙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블루는 우울한 감정을 나타내는 파란색을 상징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외출 자제, 마스크 상시 착용 등이 우울, 무기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레드는 블루에서 느끼던 부정적인 감정 변화와 함께 경제적인 위기가 더해져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예민한 상태로 변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블랙은, 블루의 우울감과 레드의 분노를 넘어 좌절과 절망의 상태로 몰고 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자기 조절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연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어려서부터 열병을 앓아 들을 수도, 볼 수도, 말도 제대로 못했던 헬렌 켈러 여사의 가장 큰 꿈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이었답니다.

첫째 날에는 ‘가장 먼저 설리번 선생님, 사랑하는 친구들, 책, 대자연이 펼쳐 보이는 찬란한 빛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과거와 현재 세계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일상의 세상을 보기 위해 도시 한복판을 거닐고, 높은 빌딩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고, 공장, 빈민가, 공원에 갈 것이다. 그리고 비장애인 여러분에게 내일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고 상상하고 여러분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보라는 조언을 주고 싶다’고 했답니다.

헬렌 켈러는 앤 설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언어 교육을 받고 대학 졸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켈러는 장애를 극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활동을 했고 작가로서 감동을 주는 많은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복된 일을 헤아려 보면 마음이 진정되면서 평상심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의 어둠이 물러가지 않았지만 따스한 봄날에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며 이웃 사랑이 넘치는 복된 하루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철호(다니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