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누군가에겐 없는 날

이영미(안나·인천교구 중2동본당)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0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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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친척도 아니었지만

성당에서 함께 했던

한 형제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놀라고 슬펐던 밤이 지나고

여느 때처럼 아침을 맞고 하루를 보냅니다.

나에겐 주어진 시간

그 형제에겐 허락되지 않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마음 한 자락 바람이 지나갑니다.

오늘따라 라디오의 음악이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살아 있음의 소리와 빛이 이렇듯 청청한데,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보이지 않는 것들.

살아있음과 죽은 것

그 간극은 이렇게나 또렷한 것임을.

내 할 일 또한 분명해집니다.

오늘은 투덜거리지 않습니다.

가족을 보살피고, 이웃과 나누고

늦은 밤 촛불하나 밝히고

늘 올리는 기도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없는 오늘 하루를

그렇게 지냈습니다.

이영미(안나·인천교구 중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