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착한 목자’는 생명의 길입니다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입력일 2021-04-20 수정일 2021-04-21 발행일 2021-04-25 제 324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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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
제1독서(사도 4,8-12) 제2독서(1요한 3,1-2) 복음(요한 10,11-18)
푸른 풀밭과 고요한 물가로 우리들을 이끄시는 예수님은 생명 바쳐 사랑 실천하시는 분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 따르면 거룩하고 영원한 삶 누릴 것

부활 제4주일은 성소 주일입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 진리의 빛과 생명의 샘을 갈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착한 목자’는 그들을 ‘양들의 문’으로 초대하십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기쁨과 참된 자아의 발견에 감사드리며,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시기를 청합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에 목자는 중심 이미지입니다. 주님과 백성과의 관계를 목자와 양 떼로 비유합니다. 이는 유목 시대에 뿌리내린 신념입니다. 목자는 광야에서 양 떼를 돌보고, 들짐승의 공격을 방어합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도 그 발자국을 따라가며 찾아냅니다. 골리앗을 쳐 이긴 다윗도 양 떼를 지키다 사자나 곰을 잡은 목자입니다(1사무 17,34-37).

성령으로 충만한 베드로는 최고 의회에서 종교지도자와 이스라엘 백성은 이 사실만은 알아야 한다고 선포합니다(제1독서). 십자가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으나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사도 4,11; 시편 118,22)이십니다. 머릿돌은 존재의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뿐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성사로 다시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입니다(제2독서). 기도로 현존하신 주님과 소통하고 미사에서 ‘생명의 양식’을 받습니다. 이 얼마나 큰 사랑의 선물입니까? 성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자녀들이 만나는 은총입니다. 성령님께서는 교회 안에서 신비롭게 활동하시며 자녀의 품위를 간직하도록 이끄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은 ‘착한 목자’라고 계시하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서 ‘진실로 진실로’(아멘, 아멘) 하신 말씀은 존재의 생명에 관한 깊고도 소중한 의미가 서려 있습니다. 어째서 주님이 ‘착한 목자’이실까요?

먼저 예수님은 ‘양들의 문’(요한 10,7)이십니다. 이 문으로 양들이 드나듭니다. 이 문을 통하여 들어오는 누구나 푸른 풀밭과 고요한 물가로 인도되어 생기 돋아납니다(시편 23장). 이 문은 주님께서 앞장서시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길(요한 11,25)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은 양들을 알고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십니다(요한 10,11.14). 목자와 양들은 음색을 알 정도로 서로 압니다. 안다는 것은 친교로 이룬 사랑입니다.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고 방어하며 그들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바칩니다.

끝으로 양들은 양우리 안에 한 양 떼로 삽니다(요한 10,16). 하느님의 자녀는 양 떼이고, 양우리는 ‘하느님의 집’인 교회입니다. 교회에 꼭 필요한 문과 머릿돌은 그리스도이십니다(교회헌장 6항).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시고, 부활하신 뒤에도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 이하).” 하고 세 번이나 당부하십니다.

크리스토발 가르시아 살메론 ‘착한 목자’

착한 목자가 다스리지 않는 세상은 어떻습니까? 양우리의 문으로 들어오지 않는 도둑이나 강도는 재물을 훔치고 생명도 업신여기고 맙니다. 삯꾼은 목자도 아니고 양도 자기 소유가 아니기에 이리 떼가 몰려와도 양들의 생명에 무관심합니다.

착한 목자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을 때 참 기뻐합니다. 양우리를 떠난 양을 발견한 기쁨도 큽니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양우리 밖에 있는 길잃은 양들을 데리고 와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로 살게 한다면 주님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렇게 하여 나는 목숨을 다시 얻는다(요한 10,17).” 우리의 불순종에 따른 죄를 없애시기 위해 주님은 아버지께서 분부하신 대로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시어 사랑을 완성하십니다.

착한 목자는 교회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우리는 한 양 떼입니다. 목자는 양들의 이름과 음성을 알고 사랑을 체험케 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어 마음으로 가깝게 친밀감을 느낍니까? 우리가 깨끗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고 사랑의 삶을 충실히 살면 그분을 닮고, 있는 그대로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뵙게 됩니다. 이보다 큰 기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자녀는 그리스도를 알고 거룩한 삶으로 초대된 제자입니다. 신앙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입니다. 주님 향한 깊은 믿음과 굳센 용기로 삶의 여정에서 불안과 두려움과 흔들림 없이 저마다 소명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양식입니다(요한 6,27; 10,28).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습니다.”(교회헌장 14항)

일상이 아무리 분주해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감하는 하루는 행복합니다.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삶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1테살 5,16-18)”임을 압니다.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재의 소명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시편 23,1).”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