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주님이라는 든든한 ‘백’ / 한정민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
입력일 2021-04-27 수정일 2021-04-27 발행일 2021-05-02 제 324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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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한국에서 축구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우리 가족은 열심히 본당 활동을 하며 ‘직암선교회’에서 봉사 활동도 하게 됐습니다. 같은 믿음 안에 있는 분들과의 만남에서 기쁨을 느끼며, 광암 이벽 선생님 마당극인 ‘여명’에도 참여했습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마당극을 준비하며 그 속에서 선조들의 ‘순교 신앙’을 가슴 깊이 새기며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령이 함께하심을 느끼며 기쁨으로 충만해 있을 때, 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체능 특성상 감독은 거의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뜻을 거역할 수 없고, 아이가 목표한 대학에 진학하고 또 프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주님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너무 그렇게 장담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그때 ‘아! 이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순간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시합에서 아이가 부상을 당했습니다. 검사 결과 피로 골절로 수술이 필요했고 재활까지 8개월이 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 주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것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제가 의지하고 매달릴 곳은 주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주님 도와주세요”라는 기도 속에 마음 안에서 ‘분명히 길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분명히 주님이 함께해 주실 것’이라고 위로했습니다. 여러 병원에 다닌 결과, 피로 골절이 아닌 염증성 골절로 판정받고 한 달 반 만에 첫 경기를 치렀습니다. 왕중왕전 4강 경기 후반에는 동점 상황에서 교체 선수로 출전해 결승 골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제 현실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주님께서 저의 든든한 ‘백’임을 증거해 주셨습니다.

그 일은 주님이라는 가장 힘 있는 ‘백’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 주셨음을 확신하게 됐었습니다. 순교로 당신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저의 가장 큰 욕심 앞에서 당신을 증거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선조들처럼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겨자씨 만한 믿음은 어떤 믿음일까? 작은 것, 성호경 기도에서부터 시작하며 ‘제가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다 보면 점점 마음이 커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신 사랑으로 충만하면 순교도 두렵지 않고, 온전하지 못한 인간적인 나약함을 안고서도 당신을 증거 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 드리는 모습은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가다 보면, ‘그 완전한 마음 끝과 닿아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주님 저는 당신이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시며, 저희를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심을 믿고 있습니다.

한정민(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