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아침을 열면서 / 서난석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
입력일 2021-05-17 수정일 2021-05-18 발행일 2021-05-23 제 324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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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명의 기색이 창가에 스며들자마자 눈을 떴다. 새들의 조잘대는 노래에 마냥 누워서 뭉그적거릴 수가 없다. 청아하고 맑은 노래에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부엌문을 열고 산속의 삽상한 새벽 공기를 온몸으로 들이마신다. 잣나무 숲의 푸른 숨결에 코끝이 간지럽다.

“아, 하느님! 저를 이토록 청량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도록 안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시골에 정착한 지가 아홉 해가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결심을 주변에서는 사달이라도 날것처럼 극구 말렸다. 남편조차도 시골에 가서 무엇을 하고 지내겠냐고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에 정착하고픈 내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여의치 않으면 서울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과 텃밭을 가꾸는 것에서부터 풀을 뽑는 것도 내가 도맡을 거라고 남편한테 약속을 단단히 하고 시작한 전원생활이다. 지금도 남편은 그 약속을 지키려는지 풀을 뽑지 않는다. 끝없이 솟아나는 풀에 혀를 내두르지만 그런 것이 대수가 아니다. 되레 하느님께 대한 경배심이 나날이 높아만 간다.

반대를 거듭하던 친구들은 짐을 풀기도 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변변한 반찬도 없이 텃밭의 푸성귀로 시골 밥상을 차려주면 꿀처럼 달다고 비운다. 시골생활에 동참할 의견을 물어볼라치면 손사래를 쳤다. 이곳의 아침 공기를 맛보면 거부감이 희석되련만 그들은 야채를 챙겨서 가버린다.

지금은 남편이 시골생활을 나보다 더 즐기는 듯하다. 교우들과도 돈독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웃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산을 좋아하는 남자라서 주변을 산책하는 게 하루 중의 일과다. 묵주기도는 기본이다. 아침에 뒷산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면서 심호흡을 하는 기분이라니,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그 어디에서 찾겠는가.

사계절의 변화를 극명하게 몸으로 느끼며 산다. 하느님의 오묘함을 어렴풋이나마 터득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당신이 내어주신 뜨락이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답다. 매번 감탄, 또 감탄하면서 열심히 즐기고 있다. 묵주기도를 하면서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주님께 무언가 작은 숙제라도 해낸 듯해서 뿌듯하다.

지금도 눈을 뜨자마자 시작하는 첫 마디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무한하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