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성모님께 드립니다

신순재(루치아·부산 김해본당)
입력일 2021-05-17 수정일 2021-05-18 발행일 2021-05-23 제 324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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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랑이신 어머니! 평화의 달, 5월은 아픔보다는 저마다의 환한 웃음으로 밝히는 성모님의 달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께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아이가 되어 재롱을 떨고 싶습니다. 엄마인 나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삶에 바쁘다는 핑계 삼아 늘 신앙생활은 초라했습니다. 코로나19는 더 많은 게으름을 허락했습니다. 제대로 이루어낸 것이 없이 부끄러움만 남았습니다. 흐트러진 마음 다잡아 일어서겠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5월을 안겠습니다.

자비하신 어머니! 미사참례 후 성전에서 예순의 중반이 된 동갑내기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 자매가 어느 날,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웃으며 다음 주일은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고는 가볍게 가더니 2주가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날 때 전화를 했습니다. 막상 가슴을 열어보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기 중이며 요즘은 의술이 좋으니 무슨 걱정이냐고 남의 일처럼 전하는데 동감이라고 맞받으면서도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빠른 회복을 위한 화살기도를 바치고, 곧바로 미사를 신청하고 나오는데 성모정원의 성모님이 불렀습니다. 성모님 제가 무슨 부탁을 할지 아시죠?

거룩하신 어머니! 매스컴에서 다시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고는 정인이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아픈 소식을 또 전해 들어야 했고, 코로나19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확산이 계속되는가 하면 생계위기에 내몰린 각계각층의 위기의 목소리는 늘어만 가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상처로 남은 학교폭력의 청소년들과 삶이 힘겨워 자살하는 사람, 정착하지 못한 새터민 등 우리 주위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니라고 모두가 외면하여도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인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무력함이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니, 작은 실천부터, 기도하고 위로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딸이 되겠습니다.

위로자신 어머니!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할 만큼 힘들 때 어머니의 음성을 들려주시고, 온통 막막한 세상에서 언제라도 두 손 벌려 안아주셨습니다. 인간적인 위로가 도움이 되지 못할 때 든든함으로 함께해 주신 어머니! 이는 저의 체험을 통한 고백입니다. 삶을 팽개치지 않고 살아내야 할 때 언제나 옆에 계셔 든든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성모님 어제의 삶도, 오늘의 삶도, 내일의 삶도 어머니! 당신과 함께였고 또 함께 하겠습니다.

인자하신 어머니! 기도의 삶과 은총 속에서 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타인을 평가하고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내 삶의 본보기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성당에서의 봉사가 권위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 안에서 신앙의 실천이라 다지며 영적인 성숙을 통해 날마다의 삶을 챙겨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 안에 주님의 사랑이 더 크게 자리하도록 성모님 함께해 주십시오. 진정한 나눔의 기쁨으로 말미암아 평화가 항시 우리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어머니!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언제라도 쉽지가 않았고, 작은 것을 가꾸어 가는 것에 행복을 찾지 못해서 언제나 더 크고, 더 많고, 더 화려한 것에 자꾸만 눈길이 쏠렸습니다. 오래 전부터 허락된 행복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현실만 원망했습니다. 자신이 실수하고 잘못하는 것은 덮고, 피해가면서도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못함이 새삼 부끄럽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재충전된 이 기쁨을 통하여 주님의 자녀로 살고자 다집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인의 삶으로 흐트러짐 없이 살 것을 약속드립니다. 세상의 어떤 말로도 새기지 못하는 성모님의 사랑, 그 사랑이 넘치는 5월에 저의 정성을 모아 어머니께 바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성모님의 달, 5월에 루치아가 드립니다.

신순재(루치아·부산 김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