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존엄성을 수호하려면 / 이소영 기자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5-25 수정일 2021-05-25 발행일 2021-05-30 제 324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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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 위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생명 주일을 맞아 5월 2일부터 30일까지 격주로 연재한 ‘존엄성을 수호하는 사람들’ 기획 취재 중 알게 된 사실이다.

가난한 여성에게 가해자는 돈 줄 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며 성 노예화했고, 어른은 모든 게 서툰 아동에게 왜 하라는 대로 안 하느냐며 학대했다. 자녀는 노인이 된 부모를 답답하다며 방치했고, 노부부는 서로 방식이 너무 다르다며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마음대로 상대를 쥐고 흔들려 할 때 존엄성 위협은 발생했다.

존엄성 위협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한 여성은 거듭된 성 착취에 정신 장애가 생겼고, 복지 시설에서 보호받다 부모에게 끌려 집으로 돌아간 한 아동은 얼마 안 가 가정에서 숨졌다. 자녀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한 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또 다른 노인은 계속된 배우자 폭행에 의기소침해져 집에만 처박혀 지냈다. 존엄성 위협은 그렇게 생명을 짓밟았다.

‘존엄성 수호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여성·아동·노인을 그 자체로 존중했다.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배우자·딸인 여성을 소중히 대했고, 미래를 이끌 아동을 귀하게 여겼으며, 살아온 삶만으로도 훌륭한 노인을 공경했다. 모든 사람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우리는 매일 너무도 다른 사람들과 살아간다. 가정과 학교·직장·교회 등 어느 곳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마다 있는 그대로 존중해 보자. 일상 속 누군가의 존엄성 위협자가 아닌 수호자가 되도록 말이다.

이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