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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합의성 주제 ‘제16차 주교시노드’ 방식과 의미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08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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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행사’ 아닌 하느님 백성 전체의 여정
전 세계 모든 지역교회들과 함께 2년 동안 경청·식별·협의 과정 거쳐 교구-대륙-세계 3단계로 의견 취합
진정한 공동합의적 교회 구현 노력
누구든 소리 내어 말하는 참여 강조
다양한 생각들 기탄없이 논의 촉구
성령에 귀 기울이는 인내·노고 필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10월 25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정에 대한 주교시노드 폐막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교황청은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오는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2년 동안 열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노드의 여정에 지역교회가 동참해 모든 이가 공동합의성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증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프란스코 교황의 뜻이 담긴 것이다. ‘혁명적’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번 주교시노드의 여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성찰해본다.

■ ‘행사’에서 ‘과정’으로

교황청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5월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16차 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소식을 전하면서, “제16차 주교시노드는 행사가 아니라 과정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0월 17일,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연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모든 이가 성령께 귀를 기울입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제16차 주교시노드 주제를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으로 정했다.

이번 주교시노드는 교황청에서 고위 성직자들끼리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대륙의 지역교회들과 함께 2년여의 여정을 통해 경청과 식별, 협의라는 단계를 통해 이뤄진다. 원래 2022년 10월 예정이었던 일정이 2023년 10월로 미뤄졌고, 2년 동안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와 주교, 추기경 등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요청에 따라 주교시노드에 참여한다.

■ 최초로 분권화된 주교시노드

이번 주교시노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분권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교시노드 자체가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의지에 따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체험됐던 단체성의 체험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공의회에 참석했던 교부들의 갈망에 대한 응답으로 설립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에 즈음해 주교시노드 강화와 ‘건강한 분권화’에 대한 갈망을 표명했다. 이번 주교시노드는 교황의 염원을 더욱 구체화하는 자리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에 따르면, 제16차 주교시노드는 올해 10월 개막된다. 개막은 교황청과 각 교구에서 동시에 이뤄지는데, 10월 9~10일 교황청에서 교황이 직접 시노드의 막을 연다. 이어 17일에는 각 교구에서 개막미사를 봉헌한다.

이어지는 과정은 교구-대륙-세계 등 3단계로 진행된다. 교구 준비 단계에서는 개막미사가 거행되는 올해 10월 17일부터 2022년 4월까지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구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를 토대로 첫 번째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작성되고 의제 개요(Lineamenta)가 마련된다.

주교시노드 여정의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과정은 2023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의안집의 내용에 대해 대륙별로 대화하면서 “각 대륙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추가적인 식별 행위”를 수행한다. 대륙별 모임을 통해 최종 문서를 작성하고 2023년 3월에 주교시노드 사무처로 발송하면, 사무처는 두 번째 의안집을 작성해 2023년 6월에 발행한다.

이후 전 세계 주교들은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적 단계의 주교시노드를 개최한다. 그리고 교황은 각 교구와 대륙별 교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모두 취합해 주교시노드 폐막 후 교황 문헌을 발표하게 된다.

■ 공동합의성의 체험들

제16차 회의의 성패는 열려 있지만, 주교시노드는 분명히 고위 성직자들의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걸어가는 ‘과정’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교시노드의 운영 방식이 바뀔 조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몇 개월 뒤 이탈리아 ‘치빌타 카톨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시노드 운영 방식을 바꿀 뜻을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아마도 시노드 방법론을 바꿀 때인 것 같습니다. 현재 시노드는 정적으로 보입니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동합의적 교회의 여정은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시작하고’, ‘목자의 소리를 들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모든 그리스도인의 목자요 박사’로 불리도록 초대된 로마 주교의 소리를 들음에서 절정에 도달한다.

어떤 의미에서 「주교들의 친교」에서 요약된 주교시노드와 공동합의성의 전망은 2014년과 2015년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의 체험들이 바탕을 이뤘다. 두 차례에 걸쳐 가정을 주제로 열린 주교시노드는 이전과는 상당히 차이를 보였다.

■ 경청과 기탄없는 의견 제시

이 두 주교시노드가 이전의 주교시노드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이미 주교시노드 사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론이나 경직된 교리적 입장보다는, 실제로 현대의 가정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풀뿌리에서부터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기탄없는 의견 제시에 대한 촉구와 요구다. 교황은 끊임없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세간에서 교회의 분열을 우려할 정도로, 두 차례의 가정에 관한 주교시노드는 교황의 격려와 고무에 힘입어 동성애 문제나 이혼 후 재혼 신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등 예민하고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토론을 이어갔다.

2014년 첫 번째 가정에 관한 주교시노드를 마치며 10월 18일, 교황은 “만약 모든 것이 합의되거나, 또는 잘못되고 조용하기만 한 평화 속에서 침묵만 있었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렬하고 철저한 토론은 이듬해 2015년 두 번째 가정 주교시노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인사이드 바티칸」의 저자로 미국 가톨릭 독립언론인 NCR의 바티칸 전문가인 예수회 토마스 리즈 신부는 2015년의 주교시노드는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작동돼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며, 교회의 존재 양식을 드러내는 표지로서의 ‘공동합의성’의 모범을 집중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도 출신의 미론 페레이라 신부는 2019년 10월, 아마존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를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주교시노드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됐다고 말했다. 교계 제도 상층부의 권위에서 나온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던 이전과는 달리, 모든 이가 참여해 누구든 “소리 내어 말하는” 그런 시노드가 됐다고 말했다.

■ 서로에게, 그리고 성령에 귀기울여야

이번 주교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다섯 번째다. 교황은 이제 공동합의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제16차 주교시노드를 통해서 이미 수차례 선보여온 공동합의적 교회의 논의 방식을 구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여정은 ‘손 잡고 산보 가는 것’, ‘젊은이들과 하는 파티’, 또는 ‘여론조사’와는 다른 것이라고 교황은 2019년 국제신학위원회 회의에서 말했다. 공동합의성은 “성령과 함께하는 교회의 여정이기에 성령 없이는 공동합의성을 말할 수 없다”고 교황은 말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주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은 “주교시노드는 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하느님 백성의 지혜가 드러나도록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기에 인내와 노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2015년 10월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연설에서 요청했듯이, 시노드의 전 과정에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성령에 귀를 기울이는 인내와 노고가 요구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