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희망의 이미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06-08 수정일 2021-06-08 발행일 2021-06-13 제 324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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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이 해설해주는 성화 속 깊은 의미
요셉 라칭거(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지음/정종휴 옮김/176쪽/1만3000원/위즈앤비즈
이탈리아 출신 조각가이자 화가였던 헬무트 피콜루아즈는 자신의 그림 ‘구윳가의 황소와 나귀’에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황소와 나귀를 표현했다. 차분하고 경건한 표정으로 아기를 바라보는 두 동물의 눈빛은 아기의 신비를 아는 듯하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 그림을 통해 “아기 예수를 알아본 황소와 나귀와 같은 이는 오늘날 누구이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식에 치우친 성경 해석에 사로잡힌 나머지 아기 예수를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낯익은 모습의 인형들을 구유 곁에 세울 때면 어린아이 속에서 주님을 찾아내는 소박함을 우리 마음에 되살려 주십사고 하느님께 빌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깨어있는 지성을 겸비한 신학자인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처럼 교회의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묵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전해준다. 또 성화를 그저 오래된 그림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자신의 신학을 통해 분석해냈다. 교회의 희망을 그대로 담아냈기에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이 그림들을 ‘희망의 이미지’라 부른다.

바이에른 룬트풍크 방송사에서 주요 축일과 연결되는 교회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해석하는 프로그램에 출현했던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그 글들을 한데 모아 책으로 엮었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시작해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승천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모든 성인 대축일, 위령의 날까지. 각 축일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특히 섬세한 감각으로 몇 쪽의 그림들에 담긴 고유한 언어들을 오늘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옮겨 놨다.

책 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정종휴(암브로시오)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말처럼 제대로 보고 읽을 줄 안다면 그림들은 수많은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며 “그는 풍부한 지식과 그림 나름의 언어에 대한 매우 섬세한 감각으로 그림들 속에 담긴 깊은 내용을 들춰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