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새들은 착하다 / 서난석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
입력일 2021-06-15 수정일 2021-06-15 발행일 2021-06-20 제 32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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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에 내 키 반 정도 크기의 블루베리 세 그루와 보리수, 제법 큰 대추나무를 심었다. 이곳의 여건을 고려한 과실수다. 초여름부터 그 나무에서 조롱조롱 열매가 매달리는 것이 신기했다. 맨 먼저 보리수가 익기 시작하더니 보름 간격으로 블루베리가 익기 시작했다. 열매가 익어가는 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한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보리수의 나뭇가지가 휘청이도록 잔뜩 열린 빨간 열매가 장관이었다. 홍보석을 빼곡하게 매단 모습에 눈이 즐겁다. 농창하게 익은 것으로 따서 맛을 보았더니 시큼하고 떫어서 손이 덜 가는 편이다.

산비둘기를 위시해서 온갖 새들이 보리수를 먹느라 시끌벅적하다. 내가 마당에 들어서면 줄행랑을 치는 그들의 모습이 귀엽다. 이왕에 벌인 잔치인데 인심 사납게 구는 주인으로 비칠까 싶어 거실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문제는 블루베리였다. 작은 나무에서 올망졸망한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서 새들과 교묘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익은 블루베리를 한 움큼 따서 우유와 같이 믹서에 갈아주면 훌륭한 아침 주스가 된다. 그것을 마실 때마다 자연의 신비를 체감하면서 하느님을 떠올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소중한 블루베리를 새들은 익은 것만 골라서 야금야금 먹어대는 것이다. 한 녀석이 다녀가고 난 후에는 떼로 몰고 온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다 데리고 오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그 옆을 마냥 지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잔치에 손을 들었다. 하느님께서 사이좋게 열매를 쪼아먹는 그들을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우리 인간과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부의 편중으로 삶은 각박해졌고 불편한 심기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어지럽다. 차고 넘치도록 곳간을 채우느라 골몰하고 있음이다. 이웃과의 공존보다는 이기심이 앞서는 사회를 보면 씁쓸해진다.

산중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새들의 향연을 보는 것이 즐겁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풍경 안에 산다는 것이 고맙다. 새들이 나눔에 동참할 줄 아는 의리가 기특해서 자신도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해본다. 나눔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새들이 예쁘다.

마당에서 온갖 새들이 모여 잔치 벌이는 것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새들은 참으로 착하구나. 맛있는 양식을 두고 혼자서만 먹지 않고 같이 나누어 먹고 있으니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답더냐?”하실 것 같다. 주님의 그런 칭찬이 우리에게도 내려졌으면 싶은 세상을 꿈꾸어 본다.

서난석(레지나·제2대리구 문호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