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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강우영(바오로·대구 월성성당)
입력일 2021-06-15 수정일 2021-06-16 발행일 2021-06-20 제 325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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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고 적힌 현수막이 제대 옆에 길게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말은 200년 전 조선의 관리가 젊은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한 질문이다 이에 김대건 신부님은 “그렇소. 내가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함으로써 꽃다운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0년 전 김대건 신부님의 대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부님의 대답이 “예, 그렇소. 내 종교는 천주교요. 그리고 내 직업은 신부요”라는 단순한 의미의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천주교인이라는 것 때문에 죽음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신부님의 대답은 “그렇소. 나는 천주님을 나의 유일한 구세주로 믿고 그분의 교리를 숭배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천주교인이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런 똑같은 질문을 오늘날 천주교인인 우리 자신에게 해보자.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신자분들은 “네, 저는 천주교인 맞아요. 매주 미사 다니고 레지오 마리애 활동도 열심히 하고 봉헌금도 착실히 내고 단체 이웃 봉사활동도 열심히 다니고 저는 틀림없는 천주교인 맞아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오늘날 이런 대답을 한다고 목숨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과연 이 대답만으로 내가 천주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대답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답일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200년 전, 인생이 구만리 같은 젊은 신부가 목숨을 바쳐서 했던 말이다. 과연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답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가 천주교인이라고 말하기 전에 과연 진정한 천주교인인가 하는 반성이 앞서야 할 것이다. 매번 우리는 미사 앞머리에서 모든 잘못을 내 탓이라고 죄를 고백한다. 그런데 그 사죄의 의미 역시 그냥 미사의 일부분이라고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내가 천주교인이오.’하는 말속에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기 때문에 나는 정말 착하고, 나는 정말 정의롭고,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내가 옳을 수밖에 없고 나만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즉,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정의롭고 천주교적이고 남이 하는 것은 다 이교도적이고 나쁘다는 생각처럼 말이다. ‘나는 천주교인이오’ 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독선과 아집, 배타적 단죄를 가르치지 않으셨다. 대신 용서와 포용 그리고 평화를 말씀하고 계신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는 200년 전 ‘나는 천주교인이오’하고 외쳤던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정신을 되새기면서 이웃을 사랑하고 주님의 참 가르침을 따라 참 천주교인으로 거듭 태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우영(바오로·대구 월성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