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전기물 금속작품전’ 연 신재협 교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6-15 수정일 2021-06-15 발행일 2021-06-20 제 325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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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매일 바친 기도 녹아든 작품… 필요한 곳에 봉헌”
2년간 매일 7시간씩 전시작 제작
한 작품마다 수만 번씩 망치질해
“힘 닿는 순간까지 성물 연구·제작”

6월 9~15일 갤러리1898에서 ‘성전기물 금속작품전’을 연 신재협 교수가 삼위일체를 의미하며 만든 본인의 작품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저에게 망치질은 하느님을 만나는 길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 조형대학 금속공예디자인학과 신재협(요한 사도) 교수가 6월 9~15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성전기물 금속작품전’을 열었다. 신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성작 13점과 십자가의 길 14처,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조형물, 세례반 등을 공개했다. 모든 작품이 신앙 의미가 담긴 성물들이다.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의미하는 성작 13점은 최후의 만찬을 상징하기 위해 가지런히 전시했다.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십자가의 길에 대해 신 교수는 “기도의 마음을 담아 예수님 고난의 길을 함께 간다는 의미에서 마음을 상징하는 항아리 형태로 십자가의 길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전시실 중앙에는 웬만한 성인 키보다 큰 조형물 3점이 들어섰다. 정 중앙에서 바라보면 하나로 겹쳐져 보이는 이 3점의 조형물은 삼위일체를 의미한다.

신 교수는 모든 작품에 신앙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로 ‘기도’를 꼽았다.

“저를 제외하고 가족 모두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세례받기를 원했지만, 주일에 성당을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 다녔죠. 그러다 2010년 아내의 권유로 뒤늦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성경공부를 하며 필사하던 게 습관이 돼서 10년 넘게 매일 아침기도와 함께 성경 필사를 하고 있어요. 일상이 된 기도가 작품에 표현된 것 같아요.”

뒤늦게 신앙에 젖어 든 그는 2017년 수원교구 하남 신장본당 설립 50주년 행사로 기념 성물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인 성물 제작에 들어갔다. 신 교수는 “그 당시 1500개 성물을 제작해 신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은 교회를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들을 위해 매일 7시간씩 꼬박 2년이 걸렸어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수만 번의 망치질이 필요하죠. 힘들어서 하느님을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요. 그렇게 하느님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또 망치를 들고 있어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기도였던 거죠.”

신 교수의 땀과 시간, 기도가 담긴 성물들은 모두 필요한 곳에 봉헌될 예정이다. 그는 “어느 수녀원에 작품을 봉헌한 적이 있었는데, 수녀님들이 항상 기도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어떤 대가보다 값진 선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교회에 필요한 성물을 제작하는 데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그는 “힘닿는 순간까지 교회와 신자들에게 필요한 성물을 연구하고 제작할 것”이라면서 “특히 성물은 유럽에서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금속공예에 있어 한국적인 가톨릭 성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교회와 신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연결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이 모든 일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예수님 곁에 제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함께하는 동료들과 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껏 그랬듯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보시고 뜻하시는 바대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