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마리아야, 너 어디 있느냐 / 장현주

장현주(마리아·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
입력일 2021-06-22 수정일 2021-06-22 발행일 2021-06-27 제 325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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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차 한 잔 하시겠어요?” 미사참례 후 집으로 향하는 나에게 한 형제님이 말을 건네 온다. 불편함이 가득 묻어 있는 한 잔의 차와 함께,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순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고등부 교리교사회 활동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활동을 그만두었던 예전 추억들이 스쳐 갔다. 열정을 다해 아이들과 웃고 울며 추억을 쌓았던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났다. 아마도 “마리아야, 너 어디 있느냐? 이것 좀 해보지 않겠느냐?”라고 부르시는 것 같았다. 무슨 용기가 났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보다 “주님이 나를 부르시네. 부족한 나한테 할 일을 주시네”라는 심정이 앞섰다.

나는 태어나 “응애”하는 순간부터 천주교 신자였다. 주일이면 100원을 손에 쥐고 늦잠도 못 자고 성당으로 향해야 했고 해질 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들이 싫을 때도 있었지만 여름신앙학교나 문학의 밤을 준비하고 주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과 나눔, 배려가 나를 그리스도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행복한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주님이 나를 중고등부 교사로 부르신 이유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이들에게 교리 안에서 성경 지식보다 그리스도적 가치관 실천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PASS 교리와 대건청소년회 봉사단 동아리를 운영하며 아이들이 봉사활동과 교리를 통해 주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교사로서의 지혜를 바랐다.

‘국제청소년 성취 포상제’라는 자기주도적 성장프로그램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활동 중 가장 매력적인 활동으로, 포상 담당관 매력에 푹 빠져 있을 때쯤 주님이 또 나를 부르셨다. “마리아야, 너 어디 있느냐?” “예, 저 여기 있습니다.” 이 대답으로 나는 교구 대건청소년회 운영위원회로 소환되어 있었다.

매 순간 나에게 무슨 용기가 생겼을까? 누군가의 입과 손길을 통해서 주님이 ‘마리아야, 너 어디 있느냐’라고 찾으시는 것이라 믿는 용기, 주님의 찾음에 “예, 저 여기 있습니다”라는 무모한 용기의 대답. 그 대답의 선물로 1년 내내 한여름의 열정을 품고 16년을 달려왔다. 주님께 투정 부릴 때마다, 옳음의 지혜를 갈구할 때마다 주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마리아야, 너 어디 있느냐? 이것 해봐라. 아이들한테 전하는 나의 마음이다.” “예, 주님 해보죠 뭐.” 오늘도 나는 주님의 찾음에 응답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주일을 맞이합니다.

당신 사랑으로 아이들이 이 세상 어디에서나 빛나는 별이 되게 해 주세요.

장현주(마리아·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