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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깨진 도자기 붙이기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8-10 수정일 2021-08-10 발행일 2021-08-15 제 325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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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중하게 아끼던 도자기나 그릇, 접시 같은 것들을 실수로 깨뜨린 경우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지 못해 속상했던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이때 여러 방법을 동원해 원래의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붙여서 사용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깨진 도자기나 그릇, 접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4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꺽쇠 잇기’라고 해서 깨진 도자기 등을 ‘ㄷ’ 자 모양의 금속 꺽쇠로 결합하는 것입니다. 둘째, ‘야키츠기’라고 해서 깨진 도자기 등의 단면에 납유리를 바르고 불에 구워 파편까지 접착하는 것입니다. 셋째, ‘요비츠기’라고 해서 파손된 도자기 등에 다른 물질을 이어 붙이는 것입니다. 넷째, ‘킨츠기’라고 해서 파손된 도자기 등을 옻으로 접착하고 이음새에 금가루나 은가루 등을 뿌려 장식하는 것입니다.

다수의 방식이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그중 가장 화려한 복원방식이 ‘킨츠기’입니다. 앞선 여러 방식들도 전통적이긴 하나 가장 유명한 것이 ‘킨츠기’인 것이죠. ‘킨’은 금을 의미하고 ‘츠기’는 붙인다는 의미입니다. 이 방식은 깨지고 금이 간 것들을 감추기보다는 눈에 띄는 금빛이나 은빛으로 바꾸어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으로 단순한 접합이나 복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 차를 좋아하던 일본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찻잔 등에 금이 간 흔적들도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금이 가거나 깨진 부분을 덧붙임으로써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하죠.

결국 붙이는 방식과 그 결과를 정리해 보면 이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따라 흔적이 보이지 않을 만큼 원 상태대로 고쳐지는 것이 있고, 금속 꺽쇠를 사용한 것처럼 깨졌다는 흔적이 눈에 보이는 둔탁한 방식이 있고, 깨졌다는 흔적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금빛이나 은빛으로 바꿔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방식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남북관계도 ‘킨츠기’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그동안 끊겨 있던 남북 간 직통 연락선이 복원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연락사무소 폭파 등과 같은 갈등은 마치 도자기가 깨진 것과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깨졌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금빛이나 은빛의 색깔을 넣어 반짝거리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과거를 천천히 돌아볼 때 남북 간의 갈등과 상처보다는 접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킨츠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깨진 남북관계를 아름답게 붙여 보기를 기원합니다.

‘어리석은 자의 속은 깨어진 그릇과 같아 어떤 지식도 담을 수 없다’(집회 21,14)고 하지만 우리는 깨진 그릇도 아름답게 붙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