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의수 화가 석창우, 붓글씨로 성경 완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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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화선지 206개 분량
두 팔 잃고 살아온 30년간
하느님 은총 보답하려 시작

성경을 필사하고 있는 석창우 화백. 완필 후에도 마음에 와 닿는 성경구절을 계속 쓰고 있다.

의수 화가 석창우(베드로) 화백이 6년7개월 만에 가톨릭 성경과 개신교 성경을 붓글씨로 완필했다.

30세에 2만2900V 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은 석 화백은 환갑이 되던 2015년, 30년을 중증장애인으로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던 중 하느님 섭리를 깨달았다. 석 화백은 “팔 없이 살아온 30년이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며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셨으니 이에 보답하기 위해 성경을 펼치고 붓을 잡았다”고 밝혔다.

석 화백은 본래 개신교 신자였지만 사고가 나고 생사를 넘나들 때 이웃집 가톨릭 신자의 소개로 사제에게 대세를 받았다. 이후 병상에서 일어난 석 화백은 감사한 마음에 정식으로 교리교육을 받은 후 세례를 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가톨릭 성경과 개신교 성경을 모두 필사하기로 마음먹은 석 화백은 화선지에 한 자 한 자 성경 말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에 5시간씩, 10시간 이상 작업한 날도 있었다. 너무 무리한 날은 몸살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써 내려간 성경필사는 길이 25m, 폭 46㎝ 두루마리 화선지 총 206개 분량으로 총 길이가 5128m에 이른다. 필사에 사용된 붓만 17자루다.

지난 7월 성경필사를 모두 완필했지만, 그는 아직 붓을 놓지 않았다. 마음에 와 닿는 성경구절과 복음서를 계속해서 쓰고 있다. 그중 석 화백은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성경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이 성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더라고요. 인간은 두려워하는 존재죠. 하지만 하느님께 맡기면 괜찮아집니다. 팔 없는 시간이 행복했던 이유도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하느님께 맡겨서인 것 같아요.”

석 화백은 코로나19로 전시와 공연, 강연 등의 기회가 취소돼 성경필사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십자가임을 확신하고 새로운 작업을 진행했다. 성경 말씀을 쓰고 그 주위를 십자가들로 감싸며 십자가를 백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석 화백은 붓글씨로 필사를 마친 두루마리 성경과 십자가를 백신으로 표현한 그림을 ‘코로나19와 십자가’를 주제로 전시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당장 전시회를 열 수는 없지만, 이 역시 언젠가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지 않을까요.”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