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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1) 아이가 교리를 의심하는 질문을 해요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1-08-17 수정일 2021-08-17 발행일 2021-08-22 제 325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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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찾는 과정 통해 안정감 추구하며 자기만의 신앙 정립하는 ‘영적 되새김질’
하느님 갈망하는 신호임을 알아차리고 신앙 멘토 연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

“뉴스를 함께 보고 있는데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하느님이 계신다고 하는데 왜 맨날 착한 사람들만 힘들지? 하느님이 계신 것이 맞다면 나쁜 사람들이 벌을 받아야하는 거 아니야?” 그 순간 저는 당황해서 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이렇게 종종 하느님과 교리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좋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아이가 자꾸 하느님을 의심하는 모습이 걱정되고, 성당에 나가지 않을 핑계로 삼을까봐 걱정되기도 해요.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청소년기는 성장 발달상 한창 치열하게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열망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것들을 시험하고, 부모님이 정해 놓은 규칙과 한계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세워나가지요.

신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부모님과 공동체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느님을 알아가고, 모델이 되는 윗사람 혹은 또래친구의 신앙 태도를 의식적으로 모방하며 신앙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친구와 선후배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며 정서적으로 하느님을 체험하는 ‘가슴의 신앙’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가 청소년 중기 즈음에 이르면 논리와 추론을 통해 이해하려는 ‘머리의 신앙’의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현실의 사건들 사이에서 갈등하며 의문을 품기도 하고 그동안 당연히 받아들였던 신앙생활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학자 존 웨스터호프(John Westerhoff III)는 이러한 신앙의 모습을 ‘탐색하는 신앙’(Searching Faith)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탐색하는 신앙의 모습을 지닌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신앙을 자신만의 신앙, 확신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과정에서 종종 부모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도발적인 내용의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요. 자녀들의 이런 모습을 부모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마치 자녀가 신앙을 잃어버리는 과정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의 질문은 ‘부모님이 얼마나 정확한 답을 내리는지에 따라 내 행동을 결정할 거예요’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안정감을 찾고 싶습니다’라는 요청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청소년들의 도발적인 질문과 거부는 자기만의 신앙을 구축하려는 ‘영적 되새김질’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청소년 자녀가 신앙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될 때 다음의 3가지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로 대화가 우호적이어야 합니다. 이때 부모님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쓸데없는 말 묻지 마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야’라는 표현을 하거나 경직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자녀가 더 깊은 신앙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것입니다. 자녀가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난 내 마음속의 의문은 무엇이나 물어볼 수 있고, 어른들은 항상 내 질문을 귀담아 들어주신다’는 생각을 갖게 도와야 합니다.

둘째, 좋은 질문을 던지는 조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동기의 자녀에게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멋진 부모님의 상이 필요하지만, 청소년기에는 다릅니다. 그들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해답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동반해주는 조언자를 원합니다. 따라서 자녀가 고민하는 주제의 답을 알고 있는 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부모가 그 답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조언자로서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진퇴양난에 빠질 때 적절한 질문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그것에 대해 너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니?’, ‘너의 견해나 생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그것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무엇)일까?’와 같이 자녀가 답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것을 물어준다면 자녀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셋째, 교리와 신앙에 대한 자녀의 질문이 자신이 하느님을 갈망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그 갈망을 더 키워주기 위해 아이의 좋은 신앙의 멘토가 되어줄 사람(선배, 주일학교 교사, 사제, 수도자)을 발굴해서 ‘지혜롭게’ 연결해 주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때때로 부모는 자녀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성모님 태도를 떠올려봅시다. 아기 예수의 탄생 때 목자들로부터, 가출하고 돌아온 어린 예수로부터 성모님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이때 성모님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19 ;51)라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그 말들을 하느님이 하신 말씀으로 품에 안듯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말들이 세상의 소리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고이 간직하고 음미하십니다. 그 음미는 아이를 자기 생각에 끼워 맞추지 않게 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아이의 길을 열게 합니다. 우리 부모들도 성모님처럼 아이의 질문을 마음속에 간직합시다. 그 소중한 말들이 세상의 욕심에 찬 소리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고이 간직하고 음미합시다. 그때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가야할 길을 밝혀주실 것입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