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아빠가 되어 다시 신앙을… / 장호원

장호원(요셉·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천사 같은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나는 가진 것 하나 없이 가난하게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맞벌이하며 어렵게 돈을 벌어야 했다. 아내도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아주 큰 시련을 주셨다. 그 현실 때문인지 주님의 사랑 덕분에 직장도 갖고, 결혼도 했는데, 성당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났다. 사내아이였다. 우리 부부는 100일이 지나고, 유아영세를 시켰다. 모태신앙이 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했다. 세례명을 고민하던 그때,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다.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 세례명을 스테파노로 정했다.

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첫영성체를 하게 됐다. 그 사이 세 살 터울 남동생도 태어났다. 아이 둘을 키우며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아이들을 부모 한 명이 책임지고 아내와 교대로 주일미사에 가보기도 하고, 유아방에 둘 다 데리고 가서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어찌나 다른 분들 기도를 방해하는지…. 유아방에서는 미사참례를 하는 건지, 아이랑 노는 건지, 다른 분들 눈치 보는 건지 정신만 없고, 미사 참례하는 기분도 안 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게 하니 성당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미사는 한 번 빠지면 또 다음 주는 고해성사를 보아야 하고, 고해성사 못 보면, 또 미사 가기 싫어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됐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것 같다. 정말 아이에게서 해방된 상태로 온전히 미사 참례 한번 해봤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 길게만 느껴졌던 유아방 시기도 훅 지나가고, 아이들이 초등부 주일학교를 다니게 되고, 첫째 아이가 첫영성체를 하게 됐다. 기뻤다. 다 컸구나, 스테파노.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키우겠다는 혼인의 서약을 지키고 있습니다. 주님.”

첫영성체 당일. 입장하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는 과정에서 본당 수녀님 눈에 들게 되었고, 초등부 교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 나이가 40대 중반이었다. 이 나이에 제가 무슨 초등부 선생님입니까, 주님.

어렵게 초등부 선생님을 하기로 마음먹고, 신부님 면담도 통과했다. 합격!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시 젊은 시절 불태웠던 성당에서의 열정이 살아나고, 주님의 은총이 가득가득 나에게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 주님이 다시 나를 부르셨구나. 주님 감사합니다. 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꿈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먼저였다는 것도 차츰 깨닫게 됐다.

장호원(요셉·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