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모가디슈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08-24 수정일 2021-08-24 발행일 2021-08-29 제 325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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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가디슈’라는 단어만 듣고서는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한 첩보영화 정도로 알았습니다.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영화라고 해서 더위나 피할 겸 보게 된 것이죠. 그러나 실화에 기반을 둔 데다 시대적 배경이 1991년 유엔 가입을 앞두고 남북이 외교력을 총동원하던 시기였음을 알게 되니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김윤식, 허준호, 조인성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유엔 가입을 위한 남과 북의 대결 역사는 참으로 깁니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극복하고 해방이 됐음에도 남과 북은 각각의 정부를 세우게 됩니다. 사실상의 분단이 시작된 것이죠.

이후 남과 북은 서로의 정통성을 강조하게 되는데 국제사회를 향한 다양한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유엔 가입 추진이었습니다. 남과 북은 서로가 유엔에 단일의석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이 쉽게 인정되지는 않았겠죠.

북의 단독 유엔 가입 시도는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반대로, 남의 단독 유엔가입 시도는 당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의 반대로 각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한 외교 대결의 역사가 지난하게 흘러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91년 9월 17일 161번째, 160번째 회원국으로서 유엔에 ‘동시ㆍ분리가입’하게 됩니다. 1948년 8월 15일과 9월 9일 각각의 정부를 세운 지 43년 만의 일입니다.

당시 국제사회는 사회주의권 붕괴로 요동을 치고 있었고 우리 정부는 중국과 소련 등 과거 적대국들과 수교를 맺는 등 소위 ‘북방정책’을 진행했습니다. 남과 북의 경제력과 외교력의 균형추가 무너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유엔 단독가입을 적극 추진하게 됩니다. 우리 정부의 독자적 단독가입이 유력해지자 북도 우방이었던 중국과 소련의 권고를 따라 ‘단독가입’ 입장을 수정해 ‘동시·분리가입’을 추진하게 된 것이죠.

물론 당시 이러한 ‘동시·분리가입’ 입장이 ‘한반도의 분단을 국제적으로 영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었고 유엔 가입으로 남북은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유엔헌장 2조 4항에 따라 상호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국제법적 의무도 지게 돼 한반도 평화를 진일보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이렇듯 치열하게 외교전이 벌어지던 시기 ‘생존’ 위기에 직면했던 남북 외교관들이 손을 함께 잡았던 모습이 ‘모가디슈’ 영화에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러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더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같이 편먹고 뭔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라던 림용수 대사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라던 한신성 대사의 말이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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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