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주교회의, ‘길 위의 천국’ 제작 발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08-31 수정일 2021-08-31 발행일 2021-09-05 제 326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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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 ‘오페라’ 무대로
세계적 음악가 박영희 작곡
대본은 서한집 토대로 집필
11월 12~13일 청주서 초연

‘길 위의 천국’ 포스터.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삶이 창작 오페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유럽 현대음악계의 대모 박영희(소피아·75) 작곡가의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을 초연한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스토리는 최양업 신부가 보냈던 19개 서한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이 작품은 최양업 신부가 7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조국으로 가는 길과 귀국에 성공한 후 12년 동안 해마다 7000리를 걸었던 두 상황을 그린다.

오는 11월 공연에 앞서 주교회의는 8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양업 신부의 삶과 공연 전반을 소개했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이철수 신부는 “신자들을 만나는 길 위에서 모든 열정을 다 쏟은 최양업 신부의 사랑은 신앙의 후손인 우리가 건설해야 할 새로운 사랑의 천국”이라며 “이번 오페라는 그분의 삶과 영성을 오늘날 되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24일 주교회의가 마련한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최양업 신부의 삶과 공연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류한영 신부, 이철수 신부, 지중배 지휘자, 이수은 연출가.

박영희 작곡가는 평생 한국의 소리를 기반으로 서양음악을 표현함으로써 유럽 등 서방에 한국의 정신과 음악 세계를 전파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우연히 읽게 된 박 작곡가는 배티성지를 순례하며 겸손한 한 인간의 삶을 접했다. 하느님이 인간의 위로자며 희망이라는 신념에 자신의 온 삶을 투신한 최양업 신부의 정신세계에 매료됐다. 이후 그녀는 최양업 신부 서한집에 나오는 라틴어를 가사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나아가 오페라를 작곡하기에 이르렀다.

박 작곡가는 이번 오페라를 통해 기존의 양식을 벗어나 서양음악, 한국음악, 무용, 성악, 연극 등의 조화로 확대된 새로운 극을 선보인다. 표면적인 주인공은 최양업 신부지만 교우들의 역할을 하는 합창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즉, 교우들이라 불리는 이름 모를 민초들이 숨어있는 주인공으로 부각된다.

예술감독과 지휘를 맡은 지중배(로마노) 감독은 “이번 오페라를 통해 옛 시대와 현시대, 한국과 서양문화의 화합이 이뤄지길 꿈꾼다”며 “최양업 신부와 박 작곡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무대 위에서 경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성악가와 연주자, 배우들이 참여하는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은 류한영 신부(청주교구)가 총감독을 맡았고 고연옥 작가가 대본을 썼다. 무대·연출에는 이수은(루치아) 연출가가 참여했다.

최양업 신부 역은 한국인 최초로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연을 맡은 테너 박지민(바오로)과 독일 브레멘극장 전속 솔리스트 김효종 성악가가 맡는다. 성 최경환(프란치스코) 역은 바리톤 김종표, 최양업 신부 어머니 복자 이성례(마리아) 역은 메조소프라노 양계화, 그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여성들을 함축하는 바르바라 역에는 소프라노 장혜지 성악가가 연기한다.

공연은 11월 12~13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다. 이후 20~21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며, 23일에는 광주 빛고을문화회관에서 갈라 콘서트를 연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