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601) 신부님이 미안해!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21-09-14 수정일 2021-09-14 발행일 2021-09-19 제 3262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 달에 한 번,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 때 전례 봉사를 위해 멀리서 오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 가족은 형제자매뿐 아니라 자녀들도 함께 오는데, 올 때마다 전례 봉사도 하고, 십자가의 길까지 바친 후에야 돌아갑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가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례 봉사를 맡은 날에 왔는데 형제님은 아내와 두 아들을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오후 2시30분 즈음, 매달 그 가족과 함께 오는 귀여운 꼬마가 어떤 청년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저 친구가 아들이구나!’ 싶어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그런 다음 외양간 경당에 들어갔는데, 오른편 뒷줄에 앉은 어떤 청년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습니다. ‘형제님의 다른 아들인가. 뭐 저럴 수도 있지!’

이윽고 순례자 미사가 봉헌되었고, 독서 때 자리에 앉은 나는 신자들을 둘러보며 말씀을 듣는데 그 청년은 계속해서 몸을 숙이며, 뭔가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뭘 그리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을까! 하기야, 억지로 성지에 왔다면 저럴 수도 있겠다.’ 나는 핸드폰을 보는 그 청년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다 영성체 시간이 되었고, 순례자들이 성체를 영하러 나올 때 그 청년도 나왔습니다. 또 다시 나는 속으로, ‘그려, 장하다. 성체를 모시려는 마음을 놓지 않으니, 그것 자체가 기특하네.’

미사 후 성지 마당에서 순례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그 청년도 나왔습니다. 내 앞에 뻘쭘하게 서 있는 청년 뒤로 그 부모가 따라 나오더니 내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잘 지내셨어요? 지난달에 말했었죠, 아들 둘 데리고 온다고. 아까 본 애는 첫째, 지금 이 애는 둘째예요. 고등학교 2학년이구요.”

“고등학교 2학년요? 덩치가 너무 커서 청년인줄 알았어요.”

그런 다음 나는 친구를 보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순례 잘 왔다. 오늘 미사는 잘 드렸어?”

그러자 그 친구도 살갑게 웃으며,

“예. 오늘 미사 잘 드렸어요.”

나는 속으로 ‘이그, 너 진짜 미사 잘 드렸어?’라고 말하고는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 식구들은 늘 그렇듯 성지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쳤습니다. 어린 꼬마 아이부터 가족 모두가 다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마친 가족들과 나는 성지 마당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미사 때 핸드폰을 열심히 보던데, 오늘은 뭘 그리 검색을 했니? 요즘은 뭐가 그리 관심이 많아?”

그러자 그 친구는

“아, 예. 미사 시간 전에는 가톨릭 앱을 통해서 개갑장터순교성지 소개문을 검색해서 봤어요. 그리고 ‘매일 미사’ 앱에 나와 있는 ‘오늘의 미사’의 입당송부터 독서랑, 복음 말씀을 몇 번 읽었구요. 신부님 강론 때에는 그거에 나와 있는 ‘오늘의 말씀’ 해설을 찾아서 읽었어요.”

순간, 망치로 한 대 퉁 –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사 시간 내내 경당 안에서 핸드폰으로 인터넷만 하는 청년으로 오해하고 있었는데.

“그랬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오해를 했구나. 신부님이 너무 미안한데!”

그리고 더 반성하는 건, 내가 복음 강론을 얼마나 못했으면, 그 친구가 ‘오늘의 말씀’을 찾아 읽었을까 싶었습니다. 나 또한 강론 때 듣지 않는 교우를 보면서 신자 탓만 했으니! 우리 주변에는 신앙의 신비를 찾는 젊은이들이 아직도 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청년들이 하느님의 그 놀라운 사랑을 찾기를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