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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13) 첫영성체를 반드시 초등학교 3학년 때 해야 하나요?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1-09-14 수정일 2021-09-15 발행일 2021-09-19 제 326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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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공동체에 맛들이는 시기 가급적 또래들과 받도록 해줘야
영성체에 대한 기대감 갖도록 하고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할 수 있길

“올해 저희 아이가 10살이 되어 본당에서 첫영성체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유아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제가 토요일에도 일을 하다 보니 주일학교에 열심히 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첫영성체 하자고 설득할 생각을 하니 좀 막막하기도 하고…, 차라리 내후년에 동생이 10살이 되면 같이 첫영성체를 하면 어떨까 하는데…. 신부님, 꼭 첫영성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해야 하나요?”

첫영성체를 꼭 10살에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질문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부모나 자녀의 여러 상황상 첫영성체 준비과정에 당장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이 숨겨져 있기도 하지요. 우선 첫영성체 연령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1215년 제4차 라테라노공의회는 이성을 쓸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 어린이에게 고해성사와 함께 첫영성체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에 “부모와 사목자는 어린이가 10살 전후에 영성체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고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회는, 마치 학교가 지식전달과 공동체훈련의 기능을 함께 갖듯, 세례와 첫영성체 과정이 어린이들에게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고, 집중적으로 신앙공동체의 삶을 훈련 시킬 수 있는 장이라는 것에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1970년대 이후 어린이들의 방학 시기에 한 달가량 어린이 첫영성체반을 열어 어린이들이 성당에서 교리 공부, 기도문 암기를 하고 또래 아이들과 놀면서 공동체를 배우고 세례와 첫영성체를 준비하도록 도왔습니다. 2000년대에는 ‘부모가 첫 번째 교리교사’이며 신앙은 가정의 삶을 통해서 부모가 이어주어야 한다는 신앙전수의 본질에 따라 ‘가정교리’를 도입하여, 6개월~1년의 기간 동안 자녀의 첫영성체 준비에 더불어 부모의 유아기적 신앙을 성숙시키고, 가정도 신앙교육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했지요.

이처럼 어린이 첫영성체에는 두 가지 중요한 초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첫영성체가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는 ‘예수님 맛들이기’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거룩한 변화를 이룬 빵과 포도주를 영함으로써 우리 자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와 관계를 맺으러 오시는 하느님과 만나 깊고 개인적인 우정을 맺게 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91) 이 특별한 우정의 순간을 준비하기 위해 첫영성체 준비 기간은 자녀와 우정을 맺고자 성체를 통해 오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 맛들이기’입니다. 어린이들은 첫영성체를 통해 공동체와 깊은 친교를 맺게 됩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세례명과 함께 가톨릭이라는 성(姓)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첫영성체를 통해 한 식구로서 신비한 만찬의 식탁에 초대받게 됩니다. 이 식탁에서 자녀들은 교회 공동체와 관계를 맺으며 신앙의 문화를 익히고 체화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첫영성체의 중요한 초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음을 기억하며 첫영성체 과정에 임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첫영성체 할 나이가 되기 전부터 자녀에게 첫영성체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아무리 즐거운 물놀이라도 준비운동 없이 차가운 물로 들어가면 탈이 날 수 있듯, 첫영성체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대화 안에서, 또는 미사를 함께 드리며 영성체에 대한 기대감을 갖도록 도와주시고, 첫영성체를 통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얻고 하느님과도 더욱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해주어 첫영성체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십시오.

두 번째로, 자녀의 첫영성체를 온 가족 구성원이 함께 준비하십시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이들은 신앙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익히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신앙의 문화를 가정에서도 이어가기가 쉽습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자녀뿐만 아니라 이미 첫영성체를 받은 자녀나 신자가 아닌 배우자까지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계기를 만들어 보십시오. 가족이 함께 모여 아침·저녁 기도를 바치고 식사 전·후 기도를 바치는 일상의 기도생활부터, 성경을 함께 읽거나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때 함께 나눈 것들이 가정의 신앙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하느님과의 친교를 함께 이어나갈 좋은 친구를 사귀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첫영성체를 준비할 무렵의 어린이들은 ‘소속감에 의한 신앙’(affiliative faith)의 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가정, 교회 공동체, 또래 그룹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가슴으로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앙공동체 안에서 느낀 소속감은 어린이 각자가 키워나갈 신앙의 뿌리가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신앙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토양은 바로 신앙을 함께 나눌 또래 친구이며 첫영성체 준비 기간은 바로 이 토양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자녀의 첫영성체의 시기를 두고, ‘몇 살에 첫영성체를 하는 것이 좋을까?’보다 중요한 질문은 ‘우리 아이가 신앙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나기 위한 가장 최적의 시기가 언제일까?’입니다. 가급적이면 같은 학년 친구들이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시기를 맞춰주십시오.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첫영성체 준비 기간은 그동안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니지 못한 친구들도 금세 성당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첫영성체는 하느님께서 우리 자녀와 가정에 보내주시는 사랑의 초대장입니다. 많은 가정들이 이 초대장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여 하느님과의 우정의 만찬을 즐기게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