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함상혁 신부

함상혁 신부(제1대리구 공도본당 주임)
입력일 2021-09-14 수정일 2021-09-14 발행일 2021-09-19 제 326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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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순간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열 번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그동안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 앞으로는 가톨릭신문 말고 평*신문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점 사과드립니다.)

오늘의 주제는 조금 진지한 것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첨단과학 기술과 물질문명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지겹도록 듣고 있는 세 글자의 단어 ‘코-로-나’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다행히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이 개발되어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교회가 한 역할은 무엇인가요? 거리두기를 잘 지켰으니 칭찬받을 일인가요? 결국 사람들을 구원한 건 종교가 아니라 과학(백신) 아닙니까? 약간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 그것은 잘 짜인 복지시스템으로 가능합니다.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의 가르침에 호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흥미롭게 읽은 기사가 있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 염수정 추기경님께 공개적으로 반박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주제1: 출산은 가정의 전제조건 vs 무자녀 부부는 미완성인가

담화문) ‘동성애’로 이해되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개념에 포함하는 것도 평생을 건 부부의 일치와 사랑, 그리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동성애 행위에는 참된 일치와 생명 출산, 남녀 간의 상호보완성이라는 의미와 가치가 빠져 있습니다.

반박문) 한 사회가 보호하는 가정과 혼인이 오로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무자녀 부부는 아무리 서로 사랑으로 충만하게 아끼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영원히 ‘미완성’ 상태의 가정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 보 양보해 가톨릭교회 내에서 가정의 의미를 그렇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비신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대표해 ‘가정’이 어떠한 법적 개념과 소명을 가져야 하는지 정의할 만한 권한 같은 건 가톨릭교회에 없습니다.”

제가 눈여겨 본 부분은 이곳입니다. “정의할 만한 권한 같은 건 가톨릭교회에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교도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세상이 변한 것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사랑입니다. 그냥 사랑이 아니라 세상이 감동할 만한 위대한 사랑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2-13)

함상혁 신부(제1대리구 공도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