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김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편지 / 강버들 신부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오랜만에 김대건 신부님의 편지를 보았습니다. 특별히 올해는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한국교회가 기념하고 경축하고 있지요.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신 이후 여러 언어를 배우신 신부님은 총 21통의 편지를 남기셨는데 19통을 라틴어, 1통을 한문, 마지막으로 1통을 한글로 쓰셨습니다. 이 중 마지막으로 감옥에서 신자들에게 쓰신 한글 편지에는 박해시대 신자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격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밭을 심는 농부를 예로 드셨습니다. 농부는 땀 흘려 고생하며 농작물을 가꾸어 자라게 한 후 수확 때에 잘 익은 수확물에 기뻐하고, 반면 농작물이 여물지 못해 수확 때에 수확할 것이 없으면 그 밭을 박대합니다. 이렇듯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은총의 거름과 강생구속하여 피로써 물주시고 자라게 하신 후 심판 날에 잘 여문 이들은 천국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요, 그렇지 못한 이들은 하느님의 자녀임에 도리어 원수가 되어 마땅한 벌을 받을 것이라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수고 수난하시어 세우신 교회도 무수한 박해를 겪으며 고통 중에 성장했음을 말씀하시고 조선교회도 지금 그러하지만 ‘작은 털끝이라도 주께서 돌아보시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 하시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과 같이 싸워 이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죽음의 순간을 전장에 나아가는 일로 생각하신 김대건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신앙을 열심히 지켜 천국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이런 박해 시기엔 주님의 시험을 받는 것이니 세속과 마귀를 쳐서 공덕을 크게 세우고,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하느님 섬기는 일과 영혼을 구하는 일에 물러나지 말고, 성인 성녀들의 모범을 배워 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와 자녀 됨을 증거하고, 한마음으로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하느님께서 가엾고 불쌍하게 보실 때를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신부님께서는 박해당하는 조선교회의 교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밭에서 잘 여물 듯이 박해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공덕을 쌓는 기회로 삼고, 하느님 자녀 된 도리를 잊지 말고 용맹한 군사가 되어 서로 도우며 한마음으로 싸워 박해를 극복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순교를 목전에 두신 신부님은 그리스도의 군사로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지금 코로나19 시기에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나태함이나 하느님께 대한 불충실함을 보일 수 있으니 이 어려운 시기 신부님의 당부 말씀을 거울삼아 힘차게 이겨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