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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한인권과 교회 / 강주석 신부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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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열리고 있는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국제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련국 종교인들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12월에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는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톨릭교회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이러한 입장은 미국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백악관 안보보좌관 맥매스터(Herbert McMaster)에게 공개서한으로 전달됐다.

2018년 12월에는 당시 미국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장 티모시 브롤리오(Timothy P. Broglio) 대주교가 한국을 연대 방문(Solidarity Visit)했다. 평화를 위한 각국 교회의 ‘연대’라는 국제회의의 결론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와 정부의 입장을 청취한 브롤리오 대주교는 2019년 1월 22일 ‘한국 연대방문 및 한국주교회의 요청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체 미국 주교단과 일부 유럽 국가 주교단, 그리고 미 국무부에 보냈다. 브롤리오 대주교는 이 문건에서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입장에 대해 대북·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문제,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한반도 갈등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지원, 평화를 위한 기도 등 다섯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문건은 특히 연대와 관련해서 “복잡한 한반도 위기가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인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주교회의는 다른 국가 주교회의에 한반도 갈등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또 “한국 주교단은 국제사회의 형제 주교단에게 각 국가에서 정치지도자들의 협력을 얻어 협상과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뢰 관계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우호를 증진하도록, 북한이 비핵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청했고, 아울러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해 주기를 청했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문건은 “한국 주교단이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는 북한 주민의 생존이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곧 인권 강화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11월 3~4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다섯 번째 국제회의가 열린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갈등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북한인권’ 문제는,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는 진지하고 진심어린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약자들을 더 괴롭히는 ‘분열의 악’을 극복하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연민하는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 가톨릭신문사가 함께한 이번 행사를 통해 한반도 전체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이 실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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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