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진정한 소통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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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온갖 달콤한 말들로 대중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행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진실이 묻어나지 않으면 어떠한 달변가라도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반면 말을 못 하고 듣지 못해도 진심 어린 소통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가톨릭 청년 예술가를 만나다’ 취재차 만난 청각 장애를 가진 김유경(가브리엘라)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른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소통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소통과 행복의 기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언젠가 봉쇄 수녀원을 방문했을 때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 한 수녀님은 “제가 보기에는 바깥 생활이 더 답답해 보이는데요. 여기가 훨씬 자유로워요”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면 세상의 장벽이 없어진다”고 덧붙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유창하게 하고 직접 만나야만 자신의 의도가 잘 전달된다는 착각 속에 사는지도 모른다. 분명 현실적인 문제 해결과 감정 표출을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들이지만, 진실한 관계 안에서 소통하고 참 자유를 누리려면 내면 깊숙한 곳의 울림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울대교구장 임명발표에서 “하느님은 그야말로 ‘비욘드’(Beyond)이시다”고 소감을 밝힌 정순택 대주교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 너머에 계시는 하느님께 내어 맡기며 각자가 처한 현실을 정직하게 직면할 때, 내 안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자유 안에서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