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환경파괴의 진정한 손실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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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들이 11월 4일 경상북도 봉화군을 찾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주교 현장 체험’의 일환으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실태를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 체험에는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를 포함해 4명의 주교와 안동교구 사제단, 그리고 지역의 생태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15만평 부지 위에 자리잡은 아연 제련소의 모습은 웅장했지만 그것이 지역의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해보면 섬칫한 느낌이 들었다. 황토빛의 산등성이, 다슬기나 피라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강줄기는 땅과 물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카드뮴과 황산 등이 이 지역의 땅과 물을 모두 오염시켰다. 지표뿐만 아니라 지하 30m 아래, 암반수까지 중금속에 오염됐기 때문에 자칫 그 오염된 물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흘러가 더 큰 피해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0년에 가까운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 제련소는 8일부터 10일간의 조업 정지에 들어갔다고 한다. 언론 보도의 제목들을 보면, 모두 그 손실액이 600억 원에 달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업 정지에 이를 정도로 오염의 피해가 계속돼 왔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중금속 오염으로 인한 진짜 피해는 무엇일까? 조업 정지로 인한 손실일까? 아니면 훼손된 자연과 주민들의 건강일까? 조업 정지로 인한 수백억 원의 손실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진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를 넘어서는 것일까? 진짜 손실과 피해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박영호 기자